수백 마리 원앙이 달서구 월광수변공원으로 몰려드는 이유는?

  •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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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29 17:09  |  수정 2024-01-29 17:10  |  발행일 2024-01-30 제2면
전문가 "도시생태축 복원 효과, 원앙 받아들일 준비해야"
수밭골천-도원지-진천천-달성습지 도시생태축 복원 효과
보수공사로 모래톱 드러나 천적 공격 방어 탁월
도원지 일대 산·계곡 번식처 될 가능성도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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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대구 달서구 월광수변공원 내 도원저수지에서 천연기념물인 원앙 수백마리가 월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대구 달서구 월광수변공원에서 수백 마리의 원앙이 발견되면서 도시생태축 복원 사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7일 대구 달서구 월광수변공원 내 도원저수지에서 천연기념물인 원앙 수백 마리가 무리 지어 월동하는 모습이 영남일보 취재진에 포착됐다. 천연기념물 제327호로, 전 세계적으로 2만여 마리만 남은 원앙이 도심에 집단으로 모습을 보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달서구에 따르면 지난해 도원지 일대의 원앙은 현지 조사 및 무인센서 카메라를 통해 누적 161개체가 확인됐다. 하루 최다 출현 개체 수는 3월 2일의 39마리였다.

원앙은 산지 계곡과 하천·호수 등 물가에서 나무 둥지에 알을 낳고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새다. 대부분이 철새로 알려졌지만, 이미 많은 수가 텃새가 됐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원래는 국내 주요 철새도래지에서 대규모로 월동하는 모습이 관측됐으나, 올해는 도원지뿐만 아니라 서울 도심의 중랑천 등에서도 수백 마리가 발견돼 화제가 됐다. 지난 2019년에는 경북 안동댐에서 1천여 마리의 대규모 원앙 무리가 발견됐으며, 경북 영주 삼가저수지와 포항 형산강 일대에서도 목격됐다.

월광수변공원을 찾은 원앙은 도원지 서쪽 산림에서 휴식을 취하고 저수지 중앙부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달서구 모니터링에서 아직 어린 개체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향후 생태 교란 요소가 사라지고 환경이 조성되면 번식처가 될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달서구는 도원지의 취수시설 보수공사로 일부 구간 바닥이 드러나면서 모래톱 등이 생겨 원앙 서식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드넓은 모래톱은 조류 등이 천적에게서 보호받을 수 있는 천혜의 환경이다. 달성습지에 모래톱이 드러나면서 두루미 등 다양한 조류가 도래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달서구는 지난 2021년부터 총 50억 원을 들여 수밭골천~도원지~진천천~달성습지 구간에 걸쳐 도시생태축 복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도원지에는 대표적으로 원앙과 수달 등이 서식하고, 안쪽 계곡인 수밭골천에는 깨끗한 환경에서만 산다는 반딧불이도 눈에 띠면서 도시생태축 복원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달서구는 진천천 구역에 생물 서식공간과 이동통로를 조성해 달성습지까지의 생태축을 구성한다는 복안이다.

전문가는 기후변화에 따른 기온 급강하를 원앙이 무리를 지어 다니게 되는 또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박희천 조류생태연구소장은 "최근 며칠간 따뜻한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다 보니 원앙들이 함께 남하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집단을 이뤄 움직일 때 천적에게서 더 안전하고 먹이활동에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박 소장은 도시생태축 복원사업의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원앙은 주로 가족끼리 소규모로 계곡이나 저수지 등 물가에 나타나는데, 수백 마리가 발견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고 월광수변공원이 그만큼 생태적으로 준비가 잘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앙을 도시의 한 일원으로서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현기자 shinea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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