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저지방 우유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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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01 07:00  |  수정 2024-02-01 07:01  |  발행일 2024-02-01 제27면

얼마 전 서울 강남에 사는 여성을 만났다. 손자 재롱을 보는 재미로 사는 할머니였다. 그녀는 친구들과의 대화 내용 중 재미있는 게 있다며 들려줬다.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는 그 아이가 천재인 줄 알고 아인슈타인 우유를 먹인다. 하지만 자라면서 천재가 아님을 깨닫고 서울대학이라도 보내야 한다면서 S 우유로 바꿔 먹인다고 한다. 점점 크면서 Y 대학 이름이 붙은 우유로 바꾸고 이마저도 어렵다고 판단하면 K 대학 우유를 선택한다. 더 자라서 수도권 대학 진학도 힘들다고 생각하면 지방대학은 보내지 말자며 선택한 우유가 저지방 우유라는 우스갯소리였다.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은 지방 대학에 다니는 것이 비용이 더 들 수도 있지만, 근저에는 지방을 낮춰보는 심리가 깔려 있다. 심하게는 지방 소재의 잡다한 대학이라는 뜻의 '지잡대'라는 비속어까지 만들어질 정도다.

이러한 현실에 갈수록 감소하는 학령인구는 지방대학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전문대학들은 신입생 충원이나 교수진을 꾸리기도 힘들어 학과 자체가 폐지될 위기를 맞기도 한다. 경남의 한 전문대학 간호학과는 교수 절반이 사표를 냈지만, 새로운 교수 지원자가 없어 학과가 존폐 기로에 놓였다. 재단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 대학의 처지가 다른 대학에도 발생할 여지가 많다는 것이 더 문제다.

많은 자치단체가 지역의 대학을 살리기 위해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작은 지자체일수록 지역에서 차지하는 대학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대학은 자치단체뿐 아니라 지역민 모두가 관심과 지원을 보태야 건재한다. 지방 대학의 존립이 어려우면 지역 소멸 위기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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