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상반기 금리인하 쉽지 않아"…일러야 7월 늦으면 4분기 전망

  •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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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23 08:38  |  수정 2024-02-23 08:41  |  발행일 2024-02-23 제19면
이창용 총재 조기인하 선그어

한국은행 금리 인하 시점이 일러도 오는 7월, 늦으면 4분기에나 가능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쏠리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상반기 내 금리 인하는 쉽지 않다고 밝히면서다. 시장이 기대한 2분기 인하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이 총재는 22일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의 9번 연속 금리 동결(3.50%) 결정 직후 "개인적으로 상반기 내 금리를 내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의견을 유지한다"고 금리 조기 인하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이날 금통위원 6명(총재 제외) 가운데 5명도 3개월 후에도 금리를 3.50%로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총재를 포함해 위원 6명이 여전히 뚜렷하게 통화긴축 선호 성향을 드러낸 만큼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3.50% 금리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중론이 길어지는 이유는 섣불리 통화정책 완화에 나섰다가 물가·부동산·가계부채의 불씨가 되살아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실제 통화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8~12월 5개월 연속 3%대를 유지하다가 올 초(1월·2.8%) 2%대로 내려왔지만, 식료품·에너지 가격 등에 따라 언제라도 다시 상승할 수 있는 상황이다.

가계부채도 경제 규모(GDP)에 비해 지나치게 늘고 있고, 4·10 총선을 앞두고 부동산 시장까지 다시 들썩이는 점도 금리 인하를 머뭇거리게 하는 원인 중 하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예상 시점이 갈수록 늦춰지는 점도 한은 조기 인하 가능성을 줄이고 있다. 미국 연준도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는데, 현재 미국보다 기준금리가 2%포인트 낮은 한은이 조기 인하에 나설 명분이 없는 것이다.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들은 대체로 물가 상승이 목표 수준(2%)을 향해 계속 둔화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기준금리 인하는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오는 6월쯤 미국이 기준금리를 낮추면 한국은행도 하반기부터 인하를 검토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구체적 인하 시점으로는 7월이 거론되지만, 시장의 기대와 달리 4분기까지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연준이 6월 인하를 단행하면, 한은도 7월부터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며 "연말까지 모두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가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도 "2분기 이후 수출 증가율이 둔화할 뿐 아니라 프로젝트 파이낸싱 구조 조정에 따른 건설 부문 부진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소비 부진도 이어져 한은도 7월부터 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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