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춘란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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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04  |  수정 2024-03-04 07:01  |  발행일 2024-03-04 제23면

실내에 들어서면 그윽한 향이 반길 줄 알았다. 전시회가 열린 체육관에는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난(蘭) 꽃이 수백 송이가 넘었으니 난에 문외한인 나의 기대는 당연히 향기로움이었다. 봄을 맞아 지난 2~3일 '2024 경북난대전'이 열린 문경 온누리스포츠센터에는 경북의 내로라하는 난 동호인들이 출품한 난 500여 작품이 저마다의 자태를 뽐냈다. 하지만 향을 느낄 수 있는 품종은 개량종인 '석곡'과 중국 춘란인 '대부귀' 정도였다.

한국 춘란은 고고한 품격을 지녔지만 그윽한 향은 없다. 향이 나는 동양란은 대부분 중국 춘란이라는 설명에 난에 대해 무지한 필자의 잘못을 새삼 깨달았다. 전시회를 준비한 전문가 수준의 동호인을 붙잡고 궁금한 점을 묻고 자세한 잎의 모양이나 무늬, 꽃의 형태와 색상, 희귀성의 이야기를 듣고 겨우 난초의 겉모습이나마 보게 됐다.

난에 대한 찬사는 예전부터 많은 문인이 그림이나 글로 해왔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대회 관계자들은 '난의 아름다움은 그 자체로 삶의 아름다움'이라든지 '난과 함께하면 가슴을 짓누르던 번뇌도 저만치 물러난다'며 난에 대한 사랑을 노래했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멈춤의 행위처럼 보이는 난 가꾸기나 동호인들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이 아쉽다고 애호가들이 입을 모았다. 전시회 관람객도 거의 장년층 이상이다. 젊은 동호인도 없고 난을 거래하는 시장도 점점 규모가 작아진다고 한다. 치열한 경쟁 사회의 구조가 난을 감상하고 사랑할 마음의 여유가 없는 탓이다. 이러한 환경일수록 난과 같은 삶의 쉼표는 더 필요해 보인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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