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꿈꾸는 도시와 꿈을 이루는 도시

  •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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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06 07:02  |  수정 2024-03-06 07:02  |  발행일 2024-03-06 제26면
국내 첨단 로봇산업 급성장 전망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유치 이어
대구 로봇테스트필드 구축 박차
다양한 기업과 우수 인재 유입 등
다른 첨단 산업과 시너지도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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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정경부 차장

어릴 적 무수히도 많은 프라모델을 조립했다. 미국산 전투기인 F-14톰캣부터 F-15이글, M1 에이브럼스 전차, 항공모함 등 군사용 무기는 물론 자동차나 오토바이 등을 주로 만들었다. 동네 문방구에서는 정밀한 모델을 구하기 힘들어 명절날 외가인 서울에 올라가서야 원하는 모델을 구할 수 있었다.

프라모델은 조립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스티커를 붙이고 색을 입히는 작업을 거쳐야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된다. 각색의 에나멜 도료가 회색 톤의 플라스틱 쪼가리에 도포돼야 비로소 생명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먼지나 진흙이 묻은 질감, 불에 그을린 모양까지 표현해 낼 때 느끼는 성취감은 해 본 사람만 안다. 지금도 서재 책장에는 수년 전 만든 프라모델 2기가 건재하다. 시너(thinner) 냄새와 함께 어린 날의 꿈을 떠올리게 하는 '프리덤 건담'과 '뉴건담'이 그 주인공이다.

TV를 보는 게 오락의 전부였던 그 시절, 프라모델 조립과 함께 공상과학 만화는 설렘 그 자체였다. 2020원더키디, 녹색전차 해모수 같은 국산작품을 비롯해 기동전사 Z건담, 신세계에반게리온, 기동경찰 패터레이버, 공각기동대 등 로봇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으면 마냥 행복했다.

'누구나 가슴에 벼랑 하나쯤 품고 산다'는 장석주 시인의 말에 빗대자면 그 시절 가슴에 로봇 하나쯤 품고 살았는지 모른다.

절대 올 거 같지 않았던 로봇과 함께하는 세상이 현실이 되고 있다. 건담 같은 거대 로봇의 출현은 시기상조일지 모르지만, 로봇은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이다. 산업용으로 국한하지 않고 점차 영역을 넓혀 일상에까지 파고든 상태다.

특히 대구는 국내 첨단 로봇산업의 거점으로 거듭나고 있다. 2014년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을 비롯해 지난해 국가 로봇테스트필드까지 유치하면서다. 이는 1990년대부터 발전한 자동차 부품 산업과 금속·기계 공업 역량이 뒷받침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느덧 지역에는 로봇 관련 업체만 200여 곳이 넘는다. 더욱이 국가 로봇테스트필드는 정부의 '제4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에 포함된 데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관심을 표명한 터라 강력한 드라이브가 걸렸다. 지난 4일 대구를 찾은 윤 대통령은 "대구의 로봇과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2족 보행 로봇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로봇이 일상에서 인간과 함께하는 미래 도시의 모습을 조만간 달성에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정부의 관련 정책과 전망을 살펴보면 대구의 미래는 더욱 밝다. 정부는 국내 로봇산업 규모가 5조6천억원에서 2030년 20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6년 새 4배 가까이 성장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또 같은 기간 국산화율이 44%→ 80%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핵심기술 확보는 물론 전문 인력 1만5천명을 양성하고 로봇 전문기업 150개를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2030년까지 국내 제조·서비스업에 총 100만대의 로봇을 보급한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정부의 강력한 뒷받침이 이뤄진다면 대구는 물론 국내 로봇산업은 성장 가도를 달릴 것으로 기대된다. 또 비수도권 최대 소프트웨어 기업 집적지로 성장 중인 수성알파시티와 시너지는 물론, 디지털 헬스케어·UAM(도심항공교통) 등 대구의 또 다른 첨단산업의 기반도 한층 탄탄해질 전망이다.

대구는 이제 꿈꾸는 도시를 넘어 꿈을 이루는 도시로 나아가고 있다.
박종진 정경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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