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충전하는 시대

  • 박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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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08 06:54  |  수정 2024-03-08 07:00  |  발행일 2024-03-08 제26면

대구지역 화폐인 '대구로페이'는 충전할 때 7% 할인된다. 10만원을 충전한다면, 실제로 계좌에서 빠져나가는 금액은 9만3천원이다. 처음에는 10%를 할인해줬다. 플라스틱 카드가 있을 땐 학부모들이 아이에게 쥐어주고 학원에 보내 학원비를 결제하는 데 많이 썼다고 한다. 인기가 많다 보니 소진이 빨리 되기도 한다. 그래서 월초에 미리 충전해놓는 이도 적지 않다. 온누리상품권도 모바일 앱으로 충전해두고 사용한다. 대구로페이와 마찬가지로 충전 시 할인된다. 할인 폭은 10%다. 다만 온누리상품권인 만큼 전통시장에서만 쓸 수 있다.

스타벅스 선불카드는 미리 충전해두고 '사이렌오더'로 미리 주문해 놓을 수 있다. 그럼 주문하는 줄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스타벅스 선불카드는 선물로도 인기다. 뭘 선물로 줄까 고민할 땐 역시 스타벅스 커피 모바일상품권이나 이 선불카드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만족하는, 평범하면서도 일상적인 선물이 됐다. 충전한다고 할인이 되진 않지만 '가심비'로는 이만한 게 드물다.

건전지를 충전하기도 하는데, 충전지라는 건전지가 따로 있다. 보통 사용하는 일회용 건전지는 망간·알카라인 건전지이며, 니켈 2차전지가 다회용 건전지인데, 흔히 '충전지'라고 한다. 5년간 700번 충전해서 쓸 수 있다고 하니 경제적이다. 게다가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니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

최근 '충전'이라는 낱말이 가장 많이 쓰이는 때는 전기자동차가 아닐까 싶다. 전기차는 늘어나는데 혜택이 날로 줄어들고 있다. 충전공간이 부족하니 전기차주끼리 눈치를 주기도 한다. 전기차주들은 '집밥'과 '회사밥' 모두 가능해야 전기차를 탈 만하다고 한다. 집밥은 아파트 주차장이나 집 근처에서, 회사밥은 직장 근처에서 충전하는 것을 뜻한다. 결국 충전의 편의성이 핵심이다.

바야흐로 충전의 시대다. 충전이란 낱말은 여러 곳에서 쓰인다. 요즘 휴대전화에는 배터리의 과(過)충전을 방지하기 위해 배터리 잔량이 85% 이상이 되면 충전을 중단할 수 있도록 설정할 수 있다. 전기차에도 비슷한 기능이 있다. 충전 중 폭발했다는 휴대전화와 전기차 기사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요즘의 한국사회는 갈등이 과충전된 것처럼 보인다. 정부와 의사가 대립하고 총선을 앞두고 여당과 야당이, 공천을 받은 자들과 공천권을 쥔 자들이 서로 헐뜯는다. 갈등은 사회를 움직이는 원동력이지만, 과하면 이렇게 된다. 그러나 여기에 이해는 부족하다. 충전의 시대, 이해는 충전하고 갈등은 조금 덜 충전하면 어떨까. 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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