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부르는게 값…갈 길 먼 대구 전통시장 '가격 표시제'

  • 김태강
  • |
  • 입력 2024-03-18 17:07  |  수정 2024-03-18 18:49  |  발행일 2024-03-20 제10면
최근 가격표시제 미실시로 서문시장 바가지 논란
가격표시 의무대상점포 중 전통시장은 제외
지자체 점검 결과 위반 업체 중 대부분이 전통시장
소공인, 가격표시제로 평균 매출 증가했단 분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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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대구 북구 칠성시장에서 한 손님이 수산물의 가격을 물어보고 있다. 해당 점포는 물론 칠성시장 내 점포 대부분에선 가격표시를 찾아 보기 힘들었다.

18일 오전 10시 대구 북구 칠성동 칠성종합시장. 아침부터 장을 보러 나온 손님들은 점포에 가격을 물어보기 바빴다. 넓게 펼쳐놓은 농수산물 주위엔 가격표시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일부 매장에선 박스나 종이로 가격을 표기한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부르는 게 값이었다. 같은 날 비교적 규모가 작은 대구 서구 원대동 원대신시장도 마찬가지였다.

한강 이남 최대 전통시장인 서문시장은 지난달 '바가지 논란'에 휩싸였다. 시장 내 한 의류 매장에서 일본인 유튜버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요구한 것이다. 해당 상인은 원래 비싼 물품이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지만, 정찰 가격이 표시돼 있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논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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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대구 북구 칠성시장 한 점포에서 나물 등을 팔고 있다. 해당 매장에서도 가격표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일반적으로 정해진 요금보다 비싸게 받는 바가지요금을 방지하고 소비자에게 정확한 가격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한 '가격표시제'가 대구 전통시장에선 아직 정착되지 않고 있다. 지자체는 점검과 홍보를 통해 가격표시제 정착에 힘쓰고 있지만, 정작 전통시장은 법적 의무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엇박자가 나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대구시에 따르면 매년 명절을 앞두고 지역 내 전통시장, 상점가, 대규모 점포 등을 대상으로 가격표시제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지난 설을 앞두고 실시한 점검에선 위반업체 11곳 중 10곳이 전통시장이었다. 지난해 9월 추석을 즈음한 점검에선 위반업체 9곳 모두 전통시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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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 한 의류 매장엔 의류마다 가격이 표시돼 있다. 서문시장은 한 의류 매장은 지난달 일본인 유튜버에게 물건에 비해 높은 가격을 요구해 '바가지 논란'이 일었다.

가격표시 위반업체 대부분이 전통시장이지만 법적 의무 대상에선 제외돼 단속에 적발되더라도 계도에 그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가격표시제 실시요령에 따라 대규모 점포 내 모든 소매점포는 판매하는 전 품목에 가격을 표시해야 하지만, 전통시장은 제외된다.

모든 전통시장이 의무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특별·광역시의 경우 매장 면적이 17㎡ 이상인 소매점포는 가격표시제 의무 대상에 해당한다. 그 외에도 시·도지사가 가격표시 의무지역을 지정할 수 있다. 서울 중구의 경우 남대문시장, 명동 일대 등을 가격표시 의무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는 가격표시 의무지역을 따로 지정하지 않아 전통시장의 경우 계도 차원의 점검만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전통시장을 가격표시 의무지역으로 지정할 경우 반발이 있을 수 있어 계도 차원의 점검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 등에 밀려 침체한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고 바가지 논란 등을 예방하기 위해선 가격표시제 정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지난 2019년 특성화시장 100곳을 대상으로 가격표시제를 운영한 결과, 해당 점포들의 카드 매출액이 전년 대비 평균 1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더니, 응답자의 75.8%가 가격표시 활성화가 '전통시장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답하는 등 소비자 신뢰 회복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전통시장을 가격표시 의무지역으로 선정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면서도, 가격표시제 정착을 위한 전통시장 상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강조했다. 김성숙 계명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전통시장은 도소매가 혼합돼 있고, 흥정 문화가 남아있어 가격표시제를 법으로 의무화하긴 무리가 있다"면서도 "외국인, 젊은 세대 등의 방문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전통시장이 가격표시제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바가지 논란에서도 벗어나 전통시장의 신뢰도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태강기자 tk1163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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