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억 칼럼] TK 정치 르네상스 시대 오나

  • 김기억
  • |
  • 입력 2024-03-25 07:10  |  수정 2024-03-25 07:11  |  발행일 2024-03-25 제22면
22대 국회 입성 TK 의원
초·다선 選數 다양 전망
교체·개혁대상 굴레 벗고
TK 정치 르네상스 꽃피나
정치 위상 격상되길 바라
서울본부장

22대 총선이 16일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28일부터 후보자들의 본격 선거 운동도 시작된다. 여야는 이번 총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 패할 경우 받아들여야 할 후폭풍이 간단치 않다. 여당은 대통령 레임덕을 피할 수 없고, 야당은 당 대표의 안위를 걱정해야 한다. 차기 대선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만큼 총선 결과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반면 대구경북지역 총선은 일부 선거구(경산, 대구 중구-남구)를 제외하고는 벌써 파장 분위기다. 늘 그랬듯 TK 총선의 본선은 선거가 아니라 공천이기 때문이다.

비록 본선은 흥미가 없지만 22대 총선 후 TK는 정치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공천 과정에서 TK 현역 64%가 생존했다. 21대 총선에서는 생존율이 34%에 그쳤다. 과거 어느 총선 때와 비교해도 현역 생존율이 높다. 본격적인 공천 시작 전만 하더라도 현역 교체율이 70%는 될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무더기 대통령실 인사나 검사 공천설도 끊이지 않았다. 막바지 '묻지마 낙하산'이 대구 3곳(중구-남구, 북구을, 동구-군위갑)에 투하됐지만 대통령실 인사나 검사는 없었다. 그래도 TK 민심은 싸늘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현역들이 많이 생존해 예전과는 달리 TK 의원들 선수 분포가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이는 TK 정치의 위상으로 이어진다.

선거 때마다 개혁과 교체대상이 되면서 TK 의원들은 초선과 재선이 주류를 이룰 수밖에 없었다. 21대 국회에서 대구는 12명 중 9명(초선 7, 재선 2명), 경북은 13명 전원(초선 7, 재선 6명)이 초·재선 의원이다. 반면 22대 국회는 선거 결과에 따라 다소 변수는 있을지라도 대구는 3선 이상 다선이 4명, 경북은 5~6명이나 된다. 국회는 선수가 벼슬이다. 3선이 되면 중진으로 불리고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주호영 의원은 당선된다면 6선이 된다. 국민의힘이 이번 총선에서 1당이 된다면 국회의장 도전도 가능하다. TK 의원이 국회 의장직을 맡은 것은 2000년 16대 국회에서 이만섭 의원이 마지막이었다. TK는 선거 때만 보수 정당의 성지이고, 선거가 끝나면 변방 취급을 받은 탓에 다선 의원의 무덤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상임위원장 자리 하나 맡기조차 힘들었으니, 국회의장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은 언감생심이 됐다.

22대 국회가 구성되면 TK 다선 의원들의 책임은 선수만큼이나 커진다. 이제 선수 탓에 현안 해결이 쉽지 않다는 핑계도 댈 수 없게 됐다. 지금까지 TK 의원들은 존재감이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 왔다. 3선 이상이면 주요 이슈에 제 목소리를 내고, 전국적 인지도를 가진 정치인이 돼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TK 의원 전체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허주 김윤환 의원 같은 다선 의원도 나와야 한다. TK 의원들이 교체와 개혁 대상이라는 굴레를 벗기는 것도 다선 의원들의 몫이다. 선거 때마다 투하되는 낙하산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인재 발굴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물론 지역 현안을 꼼꼼히 챙겨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22대 국회에서 TK 의원들의 선수 비율은 초·재·다선이 골고루 분포된 황금 비율에 가깝다. 예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정치 환경이다. 어쩌다 TK 정치권이 정치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이 같은 TK 정치 르네상스가 22대에서 그칠지 23대 국회에서도 이어질지는 고스란히 TK 22대 국회의원들의 몫이다.
김기억

기자 이미지

김기억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