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구미가 두루미와 고니의 천국이 되려면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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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27 06:57  |  수정 2024-03-27 06:57  |  발행일 2024-03-27 제26면
옛날 구미는 두루미의 고장
그 많던 흑두루미는 어디로
순천만은 이제 흑두루미 천국
구미 지산샛강생태공원 사업
안동 백조공원 전철 밟지 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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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관 중부지역본부장

3월 초 충남 천수만에 겨울진객 흑두루미떼 1천400여 마리가 찾아왔다가 서해안을 따라 북상했다. 전례 없이 전 세계 개체 수 1천800~2천 마리 중 70%가 이곳을 찾은 셈인데, 그 이유가 뭘까.

'두루미삼총사(단정학·재두루미·흑두루미)'는 근대 이전까지만 해도 한반도에서 연중 볼 수 있었는데, 구미에 특히 많았다. 매학정(梅鶴亭·구미시 고아면 예강리)은 조선의 유학자 황기로가 두루미를 키웠던 곳이고 무을면 수다사(水多寺) 벽화에는 스님이 학에게 물을 주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구미는 낙동강과 인접해 물이 많고, 해평·원평·광평·괴평·진평·신평·구평동처럼 유독 넓은 평야가 많아 새의 먹이가 풍부했다. 경북대 박희천 생물학과 명예교수가 2006년 선산에 조류생태환경연구소를 설립한 건 우연이 아니다. 이곳에는 두루미, 재두루미 40여 마리가 복원돼 있다.

흑두루미와 재두루미는 동·서해안을 따라 남하한다. 동쪽은 낙동강을 중심으로 그 지류인 감천 강정습지와 해평습지, 금호강 달성습지, 우포늪, 주남지, 을숙도 등이며, 서쪽은 한강 및 금강하구, 천수만, 순천만 등지다. 대개 이곳에서 겨울을 나거나 일본 남부로 간다. 하지만 흑두루미는 낙동강루트를 점차 포기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대구지역 금호강 모래톱에도 보이던 흑두루미는 90년대 중반 이후 달성습지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즈음 설치한 고령군 다산면 흑두루미전망대는 무용지물이 돼버렸다. 흑두루미는 구미 해평습지로 북상해 2000년 초 2천500여 마리까지 늘었다가 2017년 80마리로 급감한 뒤 2020년부터는 낙동강에서 아예 사라졌다. 다만 50~100여 마리의 재두루미는 낙동강 습지에 머문다. 그 이유는 감천과 낙동강 두물머리의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이는 구미시와 박 교수 등의 노력 덕분이기도 하다.

그 많던 흑두루미는 강(江)사업으로 모래톱이 줄고, 벼농사 대신 축사나 비닐하우스가 들어선 낙동강 대신 순천만으로 몰려갔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2009년부터 300개 가까운 전주를 뽑아 흑두루미가 전선에 걸리지 않은 채 맘대로 하늘을 날 수 있게 하고, 논을 사서 두루미에게 볍씨를 무료로 제공했다.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1999년 80마리였던 흑두루미는 매년 늘어나 작년 겨울엔 6천400마리나 찾아왔다. 상업과 관광은 덤으로 따라왔다. 순천만흑두루미쌀, 생막걸리현학(玄鶴), 흑두루미누룽지가 브랜드가 되고 인구 29만명의 도시가 국제정원박람회를 유치하는 기염을 토했다.

최근 구미시가 지산샛강생태공원 명소화 사업의 하나로 '큰고니벅스'라는 무인카페를 만들었다. 또 경관 조명등과 황토맨발길, 주차장을 확충한다고 한다. 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고니(백조) 덕분이다. 2004년 10여 마리였다가 2018년 806여 마리, 2023년엔 1천400마리까지 날아왔다. 한반도를 찾는 고니 중 약 30%인데, 구미시가 구미천 샛강 우각호에 연꽃, 부들과 같은 습지성 식물을 많이 심어 이들을 유인한 덕분이다.

바라건대 원앞들 쪽은 '인간 친화적'으로 하더라도 괴평교에서 남쪽 지산교 구미천에 이르는 삽지들 주변은 사람의 간섭이 전혀 없는 '고니 친화적' 습지로 꾸미면 좋겠다. 50억원을 들여 문을 연 안동 낙동강 백조공원이 8년 동안 유지하다 작년 폐쇄된 전철을 밟아선 안 되기 때문이다.

박진관 중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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