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엔 소나무 베면 곤장 100대 중형...지금도 특별한 관리 필요"

  • 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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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09 18:21  |  수정 2024-04-09 18:22  |  발행일 2024-04-10 제25면
[토크 人사이드]최영태 남부지방산림청장
신라 화랑도 수양할 때마다
한 그루씩 심어 송림 조성
국가관리 건축, 선박 자재로
35년간 소나무재선충병 홍역
'극심' 분류된 포항 경주 안동
현재, 미래 목적 맞춘 관리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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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소나무 숲길<남부지방산림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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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소나무<남부지방산림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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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소광리 숲<남부지방산림청 제공>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나무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많은 사람이 소나무를 떠올릴 것이다. 소나무의 '솔'은 '으뜸'을 의미해 소나무는 나무 중에 으뜸인 나무라는 뜻도 갖고 있다. 4월 식목의 계절을 맞아 최영태 남부지방산림청장으로부터 소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최 청장은 전국 산야에서 흔하게 자라는 상록의 침엽 교목인 소나무가 차지하는 의미는 매우 크다며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 국민이 소나무를 좋아하는 이유는.

"2022년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소나무가 뽑혔다. 그 이유로 일반인은 경관적 가치를, 전문가들은 경관 외에도 역사·문화적 가치를 꼽았다. 소나무는 전 세계적으로 아열대에서 아한대까지 폭넓게 분포하며 지구상에서 오랜 기간 육상생태계의 주된 수종으로 살아가고 있다. 특히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생활 속에서 소나무가 차지하는 의미는 매우 크며 특별히 관리돼 왔다. 문헌에 따르면 신라시대 화랑도들이 수양하면서 소나무 한 그루씩을 심어 울창한 송림을 이루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또 신라 대학자로 벼슬을 포기한 최치원은 정자를 짓고 소나무를 심어 풍월을 읊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를 보아 고대부터 소나무가 풍기는 곧은 절개와 꿋꿋함이 민족의 정서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

▶소나무를 베면 곤장 100대를 맞았다는데.

"조선시대로 넘어오면서 소나무의 중요성과 관리체계가 더 커졌다. 조선왕조실록에는 남산·인왕산 등에 소나무를 심으라는 명령과 소나무 벌채를 금한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산림경제·농정회요 등의 농서에는 구체적인 소나무 재배법이 수록돼 있다. 또 조선 숙종 때는 금강송 숲을 보호하기 위해 허락 없이 입산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표지석을 설치했고, 소나무를 베면 곤장 100대의 중형에 처해지기도 했다. 인구증가와 경제발전으로 소나무 소비가 증가하면서 소나무 부족 현상이 발생하자 이에 대처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관리한 것이다. 소나무는 건축과 선재(船材·배를 만드는 데 쓰는 자재) 용으로의 가치가 뛰어나 널리 사용되었는데 조선 건국 초기 궁궐 신축으로 많은 소나무를 사용했으며 국방용 전함, 상업용 상선 등 선박 용재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처럼 소나무는 우리 민족과 역사적·문화적·생태적으로 함께해 왔으며 현대에 와서도 그 뜻은 이어진다."

▶경북 울진에 유명한 군락지가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소나무류가 35개 정도이며, 산림청에서 지정한 보호수는 느티나무 다음으로 많다. 특히 경북에는 우수한 소나무숲이 많이 있는데, 그 중 대표적으로 울진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가 있다. 소광리에는 200년 이상 된 소나무 8만5천여 그루가 잘 보전돼 있으며, 산림청이 문화재 복원용 목재를 생산하는 지역으로 지정·관리해 최근에는 화재로 손실된 국보 1호 숭례문을 복원하는 데 사용됐다. 또 소광리의 상징과도 같은 '500년 소나무'를 비롯해 '못난이소나무' '대왕소나무' 등이 보호수로 지정·관리되고 있으며 2017년 산림청 명품숲으로 지정돼 우리나라 숲을 대표하고 있다."

▶최근 20여 년간 소나무재선충병으로 전국이 홍역을 치렀다.

"맞다. 1988년 부산에서 최초 발생한 소나무재선충병이 전국적으로 확산해 고통받고 있다. 특히 경상도 지역에서는 '발생목'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에서 포항·경주·안동·밀양 4개 지역이 극심 지역으로 분류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소나무는 대형산불의 원인으로도 지목되고 있다. 이유는 뭔가.

"소나무는 불에 잘 타는 정유 물질을 가지고 있어 활엽수에 비해 불이 잘 붙으며 오래 지속되는 특성이 있어 대형 산불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소나무의 위기이자 부정적인 면이 강조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최근에는 산불, 소나무재선충병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영향으로 인해 소나무의 서식환경이 위협받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2050년이 되면 현재 소나무 생육지의 55%가 생육 부적합 지역으로 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렇듯 과거에서 현재까지 우리 민족과 함께 한 소나무가 소나무재선충병·산불·기후변화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위협받고 있으며, 이러한 이슈들로 인해 국민의 인식도 과거보다 부정적인 면이 많아졌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소나무는 역사적·생태적으로 매우 중요할 뿐 아니라 민족과 운명을 같이하며 아낌없이 보답한 고마운 존재다. 특히 경북과 강원 지역은 과거부터 소나무가 잘 자라는 생육 적지다. 소나무를 재난의 근원으로 지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오히려 현재와 미래의 목적과 수요에 맞춰 적극 관리하는 것이 필요한 때다."

▶구체적인 대안이 있나

"소나무재선충병의 경우 지자체별로 치밀한 전략을 구상해 주요 극심 지역에선 적극적 방제를 통해 발생목 수준을 낮춰야 한다. 재선충병 발생 밀도가 높고 생태적 경쟁력이 떨어진 소나무숲의 경우에는 다른 수종으로의 점진적 변화를 통해 전체적인 감염 대상을 낮춰 관리가 가능한 수준으로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자연적으로 숲이 바뀌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기후변화나 산불에 대응한답시고 급속한 변화를 꾀하면 생태계에 무리가 갈 수 있다. 인위적인 수종 전환은 생태계 안정성 측면이나 임산물 생산, 주민 소득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소나무 단순림에서의 대형 산불을 방지하기 위해 방화선을 구축하거나 산불 피해지를 복원할 경우엔 활엽수 내화수림대를 일정 구간 조성해 확산 속도와 피해를 저감하고, 생태계 종다양성을 증가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벌목의 필요성에 대해 고민할 때가 됐다.

"우리나라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핵심 중 하나는 재생가능한 자원인 산림을 지속가능하게 활용함으로써 산림산업을 통한 국가 경제에도 기여하고 신규로 숲을 조성해 탄소흡수원인 산림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국내 목재를 사용하는 대신 대부분을 수입함에 따라 지구환경 보전을 위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선진국이 됨에 따라 국내에서 생산되는 산림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벌목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다. 벌목을 한 뒤 새로운 숲이 조성되기까지 그 기간동안 숲이 비어 경관상 좋지 않아 보이기도 하고 나무가 빈 자리에 토사유출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필요한 곳에 소규모로 벌채하고 조림함으로써 경관을 지키고 숲이 빈 면적을 최소화하는 경영방법도 필요하다. "

▶가로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1980~1990년대 플라타너스·은행나무에서 최근 벚나무 등으로 바뀌고 있다.

" 가로수는 경관뿐만 아니라 도시생태계 기능 등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해 선정하게 된다. 과거 미세먼지와 중금속 흡수율이 높은 플라타너스를 가로수로 많이 식재했었는데, 플라타너스의 빠른 성장으로 전깃줄에 걸리거나 큰 잎이 배수구를 막는 등 부작용이 많았졌다. 은행나무 또한 대기정화 효과가 크고 공해에 강해 많이 식재했었지만 열매에서 나는 냄새로 인해 최근 수요가 점차 줄고있다. 그 이후 이팝나무, 벚나무 등 봄에 꽃을 내고 경관상 아름다운 수종의 수요가 높아져 현재는 벚나무가 가로수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유행에 따라 수종을 선택하여 식재하는 것보다 도로변 생육환경과 경관적, 생태적 기능 등을 고려하여 지역을 상징할 수 있도록 가로수 선정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피재윤기자 ssanae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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