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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시 우로지 자연생태공원에서 포획된 '붉은귀거북'. 영천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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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시 우로지 자연생태공원에서 포획된 '붉은귀거북'과 '베스', '블루길'. 영천시 제공 |
경북지역 하천 일대에 외래 생태교란종인 '붉은귀거북(청거북)' 개체 수가 급증하고 있다. 별다른 천적이 없고 생명력도 강해 수중 생태계 먹이사슬을 위협하고 있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어 각 지자체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에서 수입돼 한때 애완용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붉은귀거북은 무분별한 방생과 번식으로 하천 내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지난 2001년 생태교란종으로 지정된 이후 수입과 판매 등이 원칙적으로 금지됐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발견 신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28일 경주시에 따르면 지난 27일 경주시 양남면에서 붉은귀거북이가 발견됐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경주시 관계자는 "생태교란종인 붉은귀거북이 발견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라며 "주로 하천 일대에서 발견되지만, 해변에서 (방생에 의해 ) 죽은 개체가 확인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경북지역 하천과 호수 일대에서 붉은귀거북 개체 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생태원의 '2023년 외래생물 전국 서식 실태 조사'에 따르면 경북에서 발견된 붉은귀거북 개체 수는 모두 342마리에 달한다. 이는 2020년의 68마리보다 5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생태원이 경북에서 확인한 양서·파충류(1천519마리) 중 붉은귀거북이만 22.5%에 달했다. 참개구리(26.6%) 다음으로 높은 비중이다. 경북에서 붉은귀거북이 많이 발견된 곳은 영천(69마리), 고령(57마리), 청도(54마리) 등이다. 이들 지역은 유속이 느리고 수생식물과 침수목이 산재한 곳이 많은 곳이다.
붉은귀거북은 한 번에 20∼30개의 알을 낳아 상대적으로 번식력이 강하기 때문에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 마리만 발견되도 주위 생태계 붕괴가 우려되는 이유다.
우리나라 대표 담수성 거북인 '남생이'는 붉은귀거북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2005년에 '천연기념물'로, 2012년에는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2급'으로 지정돼 보호받는 신세가 됐다.
지자체들도 붉은귀거북 등 유해 외래종 퇴치를 위해 힘쓰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김천시는 오봉저수지 소재 김천드림밸리 오색테마공원 일대에서 붉은귀거북 퇴치 운동을 전개했고, 영천시는 우로지 자연생태공원을 대상으로 매년 생태계 교란종 퇴치 운동을 실시하고 있으나 붉은귀거북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붉은귀거북의 산란기를 기점으로 대대적인 퇴치 운동을 펼치는 등 개체 수 조절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채병수 담수생태연구소 박사는 "붉은귀거북이 늘고 있다는 것은 하천에서 왕성하게 번식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산란기 하천 모래 속 알만이라도 제대로 수거해 개체 수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오주석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