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 토크] 넷플릭스 시리즈 '더 에이트 쇼' 천우희 "강한 캐릭터 맡을 때마다 좋은 연기는 혼자선 할 수 없단 걸 알게 돼요"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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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31  |  수정 2024-05-31 07:44  |  발행일 2024-05-31 제14면

[시네 토크] 넷플릭스 시리즈 더 에이트 쇼  천우희 강한 캐릭터 맡을 때마다 좋은 연기는 혼자선 할 수 없단 걸 알게 돼요
'더 에이트 쇼'에서 당돌하고 자유분방한 연기를 보여준 배우 천우희. 그녀는 현재 잡힌 일정이 마무리되는 대로 몽골 초원으로 가 밤하늘의 쏟아지는 은하수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시리즈 '더 에이트 쇼'는 무려 8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류준열·배성우·박정민·문정희 등 8명의 인물이 8층짜리 건물에 갇혀 누구도 상상 못한 위험한 게임에 참여한다. '더 에이트 쇼'는 심지어 OTT 시리즈도 8편으로 구성했다. 배우 천우희는 '더 에이트 쇼'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캐릭터 중 하나다. 당돌하고 자유분방한 매력을 가진 그녀는 건물의 꼭대기인 8층에 거주하며 수시로 판을 뒤엎어 버리는 신스틸러 역할을 한다. 그녀가 맡은 '8층' 캐릭터는 광기로 뭉친, 좌충우돌하는 인물이다. 극 중 그녀의 말과 행동은 보통사람의 사고로는 쉽게 설명이 어렵다. 폭력과 공포가 난무하는, 모든 사람이 바짝 숨죽인 공포의 시간에도 그녀는 깔깔 웃으며 '재밌다'를 반복한다. 그녀는 2011년 영화 '써니'를 통해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인사했다. (사실 독립영화 시절을 감안하면 데뷔 20년 차다) 이제 비로소 참 영화의 맛을 알아가고 있다는 천우희를 만나봤다.

"8층 꼭대기층 거주하는 파격적 인물 맡아
제대로 놀아보겠다며 신나게 접근했지만
여덟명 함께 드러나는 게 중요함 알게 돼

센 캐릭터 어렵지만 배우로서 성장 느껴
좋은 연기는 동료와 같은 방향 볼 때 가능"


▶지난 17일 공개된 '더에이트 쇼 '가 넷플릭스 글로벌 톱10에서 2위를 차지했다. 호평을 받고 있는데, 소감이 궁금하다.

"2년 전 촬영한 작품이었는데, 드디어 공개돼 감회가 새로워요. 많은 분이 보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현재까진 반응이 나쁘지 않아 기분이 좋습니다."

[시네 토크] 넷플릭스 시리즈 더 에이트 쇼  천우희 강한 캐릭터 맡을 때마다 좋은 연기는 혼자선 할 수 없단 걸 알게 돼요

▶극 중에서 맡은 닉네임 '8층'인 인물은 감정의 진폭이 굉장히 크다. 쉽지 않은 배역인데, 작품을 선택하기까지 고민이 있었을 듯하다.

"선택할 때만 해도 그렇게 깊이 생각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왜냐면 일단 글이 재밌고, 하고 싶은 메시지가 명확하게 있었고, 무엇보다 제가 지금까지 접근했던 캐릭터와는 달랐기 때문에 그냥 단순하게 이 캐릭터에 빠져서 한번 해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가벼운 마음에서 시작했는데, 정작 출연을 결정한 후에 대본을 보니 쉽지가 않더라고요.(웃음) '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도 들고, 진지하게 작업했어요."

▶연기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있었나.

"처음에 대본을 쭉 읽으면서 '이거 한 번 제대로 놀아볼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까지 제가 한 작품에서 본능과 유희를 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연기는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그냥 머리 풀고 한번 제대로 놀아봐야지'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접근했는데, 현장에서 연기를 할수록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캐릭터 분석을 할수록 저 한 사람이 아닌 8명이 함께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함을 알게 됐거든요. 그런 깨달음을 얻고 난 뒤부터는 제가 하고자 했던 것들을 조금씩 덜어내고, 이 작품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롤을 명확하게 해내자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어요."

▶자신을 버리고 전체를 살리려 노력한 듯하다.

"네. 모두가 한 프레임 안에서 보일 수 있도록 연기적 접근을 했어요. 감독님이 원하는 부분을 찾아서 불필요한 것들은 더 걷어냈어요. 조금은 단순할지라도 내 몫을 다하는 게 더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자신이 한 연기에 아쉬움도 있는지.

"솔직히 많아요. 하지만 다행이다 싶은 부분도 있어요. 개인적으로 '8층'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너무 현실적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는데, 조금은 살릴 수 있었던 듯해요. 왜냐하면 8층의 캐릭터가 자칫 혐오스러울 수 있잖아요. 저는 제가 맡은 인물이 너무 미움받게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보는 분들이 최대한 '저 인물이 저렇게 행동하는 데는 이유가 있어'라며 공감해주길 바랐어요."

▶2011년 영화 '써니'에서 본드를 흡입한 고교생 연기를 리얼하게 보여준 것을 비롯해 그동안 역할들이 대체로 센 편이었던 듯하다.

"맞습니다. 저도 왜 그런지 생각해봤어요. 나는 왜 자신에게 이렇게 어려움을 스스로 부여할까 생각해 봤어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어려움을 스스로 부여해서 이겨내는 것 자체를 좀 좋아하는 것 같아요. 약간 변태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모든 사람이 일정 부분 그렇지 않을까요. 고통을 이겨냈을 때 성장하잖아요. 솔직히 편한 길을 가면 더 수월하고 즐거울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제가 추구하는 건 성장일 테니까요."

[시네 토크] 넷플릭스 시리즈 더 에이트 쇼  천우희 강한 캐릭터 맡을 때마다 좋은 연기는 혼자선 할 수 없단 걸 알게 돼요

▶이번 작품 '더 에이트 쇼'를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사실 이번엔 정말, 정말 힘들었어요. 정말 쉽지 않았어요. 촬영이 겹치게 되면서 체력적으로, 심적으로 부담이 컸어요. 작품에 모든 걸 다 걸고 싶은데, 에너지를 2개로 나눠 쓴다는 게 성에 안 차는 거예요. '내게 주어진 역할만큼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에 힘들기도 했는데, 오히려 그 시기를 지나고 나니 좀 웬만한 것들은 인정할 수 있게 되었어요."

▶최근 스킨스쿠버 자격증을 딴 것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어느 날 되돌아보니 그동안 저는 쭉 연기만 했어요. 스트레스가 있어도 일기 쓰고, 고요하게 생각을 하면서 풀었어요. 어느 순간 저를 봤더니 무언가를 한 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배우인데, 배우란 인간을 가장 잘 표현해야 되는 직업인데, 나는 내 삶을 잘 살고 있는 건가 수없이 묻고 또 물었어요. 그래서 올해 스킨스쿠버 자격증을 따고 수시로 여행을 떠나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드라마가 끝날 때쯤이면 다시 떠나고 싶어요."

▶넷플릭스 '더 에이트 쇼'와 함께 역시 주연으로 출연한 JTBC 주말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이 나란히 인기를 모으고 있다. 소감이 궁금하다.

"관심을 가져주시고, 사랑까지 주시니 너무 감사한 일이죠. 다만 지금까지 저는 제가 맡은 모든 역할에 최선을 다했고, 나름 잘해왔다고 자신하거든요. 그리고 앞으로도 무슨 역할을 맡든지 자신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연기하고 싶어요. 그런 면에서 이번에 자신감을 좀 얻었다고 할까요. 서로 다른 작품, 다른 캐릭터로 출연을 했는데 둘 다 반응이 좋다는 것이 너무 기뻐요."

▶함께 얘기를 나누면서 느낀 점은 천 배우가 연기자로서 자신만의 길을 잘 찾아가는 듯하다는 것이다. 본인이 생각하는 좋은 연기란 무엇인가.

"좋은 연기를 정의 내리기란 너무 어려운데 분명한 것은 배우 혼자 만들 수 있는 연기는 아니라는 것이에요. 예전에는 '내가 무언가 굉장히 노력하고, 연기에 최선을 다하면 좋은 연기를 담아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작업해야 좋은 연기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이 부분은 정말 현장에서 맞닥뜨려서 경험해보지 않는 이상 아무도 모르는 것이기도 해요. 궁극적으로 좋은 연기를 하려고 노력은 하되, 좋은 연기는 결국 운이구나 라고 생각해요."

▶연기자로서 올해 계획한 것이 있다면.

"지금 잡아둔 일정을 마치면 여행을 떠날 거예요. 올해 목표는 새 작품에 들어가기 전까지 매달 여행을 떠나는 거예요. 가장 먼저 몽골에 가서 밤하늘의 쏟아지는 은하수를 보고 싶어요. 사람들이 제게 왜 오지를 가고 싶어 하냐고 묻던데 이상하게도 저는 모험을 하고 싶어져요. 연기도 그렇고, 여행도 그렇고 뭔가 미개척지를 찾아가는 설렘이 있잖아요."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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