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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내정 의원들이 7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포항 영일만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과 관련해 회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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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장 |
29년 치 가스를 대한민국이 쓸 수 있고, 돈으로 따지면 삼성전자 시가총액(이게 적절한 비유는 아니지만) 5배 값어치가 있는 탐사 결과를 국민께 알리는데 대통령이 아니면 누가 하나 라는 반문이 든다. 대통령이 못마땅해 장관이 발표해도 끄덕이지는 않을 것 같은데…그렇다면 5급 공무원이 해야 할까? 기획됐다는 지적도 어폐가 있다. 그럼 이 거대한 작업을 기획해야지 주먹구구식으로 하나. 정부는 이번 석유탐사 프로젝트를 '대왕고래'로 명명하고 비밀리에 진행해 왔다. 한국석유공사는 시드릴이란 시추전문 노르웨이 회사와 3천200만달러 계약까지 마쳤다. 치밀한 기획이다.
민주당의 공식 논평(수석대변인)도 예의 흥미롭다. "대통령의 이번 발표가 하락세 지지율을 돌리기 위한 국면전환용은 아닌지 매우 의심스럽다". 그럼 대통령이 지지율 만회를 위해 이런 걸 발표하지 하락을 위해 할까? 행여 그 논리에는 국민들은 이런 발표를 들으면 바로 대통령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감정기복이 심한 이들로 채워져 있다는 속뜻이라도 숨겨져 있는가. 그렇다면 4·10총선 전에 발표하지 왜 멍청하게 선거철도 지나 이제 발표할까.
국가적 프로젝트는 정치환각에 완전히 오염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국회의장 물망에 올랐던 무려 6선의 추미애 의원은 느닷없이 6행시를 지었다. 글이 길어 이 칼럼에 다 싣지는 못하지만, 요약하면 "석유노다지라 해도 (백성들이) 다 돌아서네, 여보 밖에 없네…" 보다 못한 국민의힘 초선 김민전 의원이 "한때 떠돌아다니던 추미애가정신병(秋美哀歌靜晨竝)이란 한시가 떠오른다"고 응수했다.
영국과 노르웨이의 북해 유전은 3% 가능성과 엄청난 실패 끝에 성공했다. 2004년 동해 가스 유전은 11번 시추 끝에 터졌다. 이번 영일만 유전은 20% 확률로 계산됐다. 5번 계획된 시추의 1차 성공여부는 당장 내년에 결판날 수도 있다. 생산 채취에는 10년쯤 소요된다. 물론 이 소식이 불편한 이들의 저주처럼 실패 가능성도 있다.
1970년대 석유파동은 자원 빈곤국 한국에 엄청난 고통을 안겼다. 지금도 우리는 에너지 수입에 수출로 번 돈의 30%, 2천억달러 이상을 지불한다. 대신 여수와 울산의 석유화학 단지를 구축해 엄청난 가공기술을 보유했고, 석유제품을 수출하는 핵심 국가 반열에 올랐다. 누가 그 인프라를 구축했는지 이번 기회에 국민들도 좀 공부했으면 한다. 민족은 꿈을 먹고 살 때 번영한다. 포항 앞바다에서 석유가 펑펑 쏟아지고, 그걸 판 돈으로 노르웨이처럼 국민연금을 채워주는 그런 나라가 됐으면 소망하는 내가 어리숙한 백성일까. 나의 꿈이 일장춘몽인지, 작금의 정치가 미쳐 돌아가는지 판명날 때가 있을 것이다. 그때 반드시 글을 다시 써서 기록으로 남겨볼까 한다.
논설실장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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