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건설업 재무건전성, 외환·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보다 나빠"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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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6-09 18:31  |  수정 2024-06-09 18:45  |  발행일 2024-06-09
한국금융硏 보고서…유동성·이자보상비율 ↓ 부채비율 ↑

"취약기업 부채 많은 상황 속 경기둔화 지속시 연체 유의"
부동산·건설업 재무건전성, 외환·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보다 나빠
한국금융연구원 제공
부동산·건설업 재무건전성, 외환·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보다 나빠
한국금융연구원 제공
부동산·건설업 재무건전성, 외환·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보다 나빠
한국금융연구원 제공

국내 부동산·건설업의 대출 증가세가 뚜렷한 가운데, 이들 업종의 재무건전성이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보다도 나빠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 8일 발표한 '국내 부동산 및 건설업 재무건전성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들어 부동산업과 건설업 모두 유동성과 이자보상비율이 낮아지고 부채비율은 높아지는 등 전반적으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됐다.

부동산업 기업의 부채비율(부채/자본, 중간값 기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낮아졌다가 2010년 이후 증가세로 전환해 2022년 345.6%로 정점을 기록한 뒤, 2023년 295.4%로 다소 하락했다.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은 2021년 137.1%로 10년 연속 130%대를 유지했으나, 2022년 128.6%, 2023년 115.9%로 하락했다.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총이자비용)은 2016년 이후 빠르게 하락해 2023년 말 1.08을 기록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현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특히 3분위수 기업 이자보상비율이 2016년 10.7에서 2023년 3.1로 하락해, 업종 내에서 상대적으로 상환능력이 우수한 기업도 이자 부담이 빠르게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건설업의 경우 2000년대 디레버리징(차입 축소)이 진행됐다가 2010년대 이후 부채비율이 다시 증가해 2023년 말 기준 110.5%를 기록했다.
유동비율은 2023년 말 174.7%로 양호한 수준이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223.7%)과 비교하면 49.0%포인트 하락했다.

건설업 기업의 이자보상비율은 2023년 2.7로 부동산업보다는 양호한 수준이지만 2017년(12.4)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부채비율이 증가하면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진 데 비해 최근 건설업 영업이익률이 둔화되며 수익성은 낮아진 영향이다.

이자보상비율과 부채비율을 기준으로 한 상환능력 취약 기업이 보유한 대출금 비중도 부동산업과 건설업 모두 글로벌 금융위기(2009년) 및 코로나19 팬데믹(2020년) 때보다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자보상비율 1 미만 기업 대출금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부동산과 건설업이 각각 44.2%, 46.6%로, 전체 대출금 절반 정도를 상환능력 취약 기업이 보유 중이다. 이는 2009년과 2020년보다 높은 수치다.

부채비율 기준(부채비율 200% 초과) 상환능력 취약 기업의 대출금 비중 역시 부동산업이 63.0%, 건설업이 49.7%로 높은 수준이다.

김 연구위원은 "종합적으로 볼 때 2010년대 중반 이후 부동산업과 건설업에 대한 신용공급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이들 업권 기업의 재무건전성 수준은 외환위기를 겪고 난 직후인 2000년대 초반이나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9년 수준보다도 악화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상환능력 취약기업의 보유 부채 비중이 이미 높은 상황에서 부동산 경기 둔화가 지속될 경우 취약 기업 연체율이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 업종에 대한 대출 집중은 업황의 부침에 따라 부동산 경기 하강에 따른 부정적 효과를 더욱 증폭시킬 위험이 있으므로 향후 점진적 디레버리징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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