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에게 희망을] 심재성 3도 화상 입은 정후

  • 권혁준,박지현
  • |
  • 입력 2024-06-21  |  수정 2024-06-21 07:30  |  발행일 2024-06-21 제7면
뼛속 파고드는 고통에도 웃는 세살배기
[어린이에게 희망을] 심재성 3도 화상 입은 정후
왼쪽 팔, 가슴, 사타구니, 발 등에 3도 화상을 입고 치료 중인 정후(가명)가 장난감을 손에 쥔 채 미소를 짓고 있다.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키가 100㎝도 안되는 아이가 작은 방에서 혼자 놀고 있다. '뽀로로'와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는 한여름이지만 드레싱 붕대를 단단히 감고 동영상을 보며 웃어댔다. 엄마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쪼르르 달려와 안긴다. 세 살배기 정후(가명)의 조그마한 몸은 화상으로 성한 곳이 없다. 생후 1년이 조금 지났을 때 입은 화상 때문에 왼팔과 왼손, 왼쪽 가슴 등 몸의 왼쪽 부분에 상처가 아주 깊다. 뜨거운 물이 피부는 물론이고 뼛속까지 파고드는 심각한 화상으로 왼팔은 거의 90도로 굽어 있고, 왼손 검지와 약지도 상당히 굽어 있다. 왼쪽 가슴 부분에도 검붉은 굳은살이 딱딱하게 올라와 당시 화상 사고가 얼마나 참혹했는지 짐작게 한다.

왼쪽 몸 깊은 상처…뼈 뒤틀려
환부는 따가움·간지러움 극심

치료·약품 비용 감당도 버거워
최소 다섯 차례 더 수술 받아야


◆중증 화상 장애 진단 받아

2021년생인 정후는 2022년 11월 주방에서 혼자 놀다 끓고 있는 주전자가 떨어지면서 왼쪽 전신에 심재성 3도 화상을 입었다. 뜨거운 물이 정후의 왼쪽 가슴과 팔, 다리, 발을 덮치면서 깊은 상처를 남겼고 중증 화상 장애 진단을 받았다.

사고 직후 대구의 화상 전문병원에 입원해 전신마취 후 1차 피부를 긁어내는 수술을 했다. 1차 수술 후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세 차례에 걸친 피부 재건 수술을 받았다. 사타구니 살을 환부에 이식하는 수술인데, 떼어낸 피부도 장기간 회복이 필요한 큰 수술이었다.

화상은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외과 질환이다. 정후의 경우 영유아 시기에 심한 화상을 입어 화상 치료와 함께 정상적인 성장이 가능하도록 하는 치료와 재활이 필요한 실정이다.

세 차례 수술을 진행했지만 성장하면서 환부 피부가 계속 구축(근육이나 힘줄이 수축해 운동이 제한된 상태)돼 뼈까지 뒤틀리면서 계속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피부 또한 매우 건조해 따가움과 간지러움이 동반되고 10개 이상의 화상 연고도 수시로 발라줘야 한다.

수술 후유증도 적지 않다. 정후는 환부의 극심한 고통으로 치료를 거부하고 있으며, 간지러움으로 긁거나 상처를 뜯어 보호자가 항상 옆에 붙어 있어야만 한다. 환부에 자외선 차단 및 약품 치료 등으로 항상 붕대를 감고 있어야 하고, 화상에 대한 트라우마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장치인 붕대가 감겨 있지 않으면 불안함을 느낀다.

◆치료비 80%가 비급여로 자부담

화상 치료의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는 경제적 부담이다. 대부분의 화상 치료비는 비급여로 자부담 비용이 매우 크다.

정후네는 기초생활수급 보호를 받고 있고, 약 60만원의 근로소득과 110만원의 정부 보조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부모급여(100만원)와 아동수당(10만원) 등 정부 보조금은 한시적이고 정후가 차상위로 등록돼 의료비 산정특례를 받게 됐지만, 이것 역시 1년만 지원 가능해 향후 고정적인 치료비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화상 사고 당시 수술비와 입원비는 약 1천600만원이 들었다. 지자체의 긴급 의료비 지원과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대구지역본부로부터 의료비 지원을 받았다. 지난해 8월에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외 여러 복지 유관기관의 도움으로 모인 약 4천500만원으로 위급한 화상 수술을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정후를 지원해줄 기관이 전무한 상황이고, 재건 치료 및 약품 구입 등으로 월 평균 100만원 이상의 화상 치료비가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서울까지 통원 치료를 하는 상황이어서 교통비도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뿐 아니라 올해 1월엔 정후의 동생이 태어나 양육비와 생활비가 더 늘어나게 됐고 의료비를 감당하기엔 버거운 지경에 이르렀다.

◆희망의 끈 놓지 않는 정후네

정후네는 2020년 3월부터 지금까지 대구지역 교회에 마련된 원룸에서 지내고 있다. 정후 아버지는 일용직을 하다가 4년 전 왼쪽 무릎 십자인대를 심하게 다쳐 장시간 안정적인 근로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후 어머니도 생계유지를 위해 간헐적으로 식당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으나 간병과 최근 출산으로 일을 할 수 없는 상태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정후가 수차례 힘든 수술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밝은 아이로 자라주고 있다는 점이다. 정후 부모님은 지금 당장 힘들고, 15년이 넘을지도 모를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정후를 치료해주고자 한다.

정후 어머니는 "사람이 고등학생 정도 되면 어느 정도 성장이 끝나는데, 그때 흉터는 남을지언정 일상생활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치료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화상 부위에만 최소 다섯 번은 더 수술을 받아야만 하는 상황이지만, 정후가 밝게 자라줘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 후원금 모금 계좌: 기업은행 035-100411-01-431(초록우산어린이재단)

■ 후원 문의: 초록우산 대구지역본부 053-756-9799
기자 이미지

권혁준

기사 전체보기
기자 이미지

박지현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