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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스트 뇌과학과 교수 |
향기박사는 지난달 유럽 화학감각학회가 주관하는 학술대회 참석차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를 방문하였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모인 후각 연구자들을 만나 연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즐거웠는데, 콘퍼런스홀이 바닷가에 바로 위치하여 아이슬란드의 자연을 즐기며 이야기를 나눈 덕에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향기박사는 이번이 첫 아이슬란드 방문인데, 비록 오로라를 보는 행운은 누리지 못했지만 너무나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향기박사가 아이슬란드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은 것은 아름다운 풍광 때문만은 아닙니다. 학술대회 기간 중 만난 아이슬란드 사람이 모두 친절한 것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아이슬란드는 세계 행복지수 3위에 오른 나라로 아이슬란드 국토 면적은 우리나라의 면적과 거의 같은데, 인구는 34만6천명입니다. 이 숫자는 대구시 인구의 약 14% 정도로 동구 주민 수보다도 적습니다. 즉 우리나라 크기의 땅에 대구시 동구 구민만 사는 나라를 상상해 보면 되겠죠? 실제 아이슬란드가 행복지수 세계 3위를 달성하는 데는 낮은 실업률, 낮은 범죄율, 높은 생활 수준, 고품질의 무상 교육이 중요한 요인일 것입니다. 그리고 어디서든지 만날 수 있는 아이슬란드의 아름다운 자연도 높은 행복지수에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됩니다.
자연 풍광이 정신 건강에 좋은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오래전부터 발표되었습니다.
2017년 영국 Essex 대학교의 Jo Barton 교수와 Mike Rogerson 교수가 BJPsych International 잡지에 발표한 연구 내용에 따르면, 도시화로 인한 녹지 공간 감소 추세와 정신 질환 유병률과 이에 따른 비용 증가 추이 연관성을 조사한 결과, 녹지 공간과 정신 건강 사이에 명백한 연관성이 있다고 합니다. 2023년 폴란드 Warsaw University of Life Sciences의 Malgorzata Woznicka 교수 연구진은 과연 녹지 공간의 어떤 특성이 사람의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질문하고, 폴란드 성인을 대상으로 사람들이 숲 (나무숲), 도시 녹지(나뭇 길), 물이 있는 공간(강, 호수나 바다 등 열린 공간), 초원(풀밭 같은 열린 공간)을 다니며 느끼는 웰빙 지수를 측정하여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Forests 잡지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주택만 빽빽이 있는 공간에 비해 숲, 도시 녹지, 물이 있는 공간, 초원 공간은 사람들의 웰빙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습니다. 특히 물이 있는 공간에서 가장 높은 효과를 보였고, 초원, 숲, 도시 녹지의 순서였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숲이나 거리 녹지와 같이 나무만 많은 녹지 공간보다 자연적으로 펼쳐진 열린 도시 녹지(도심 속 넓은 녹지 공간)가 더 좋은 효과를 보였습니다. 이는 과거 연구에서도 언급된 바 있듯이, 사람은 열린 공간을 걸을 때 감정적 만족도가 더 높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 결과입니다.
다시 아이슬란드의 높은 행복지수의 원인으로 돌아가 보면, 아이슬란드는 넓은 국토가 인위적인 개발 없이 자연과 어우러진 생활환경을 갖고 있어 그 안에 살고 있는 아이슬란드 사람들의 행복지수는 높을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구시 역시 금호강과 신천 같은 물이 있는 공간도 있고, 팔공산을 비롯한 아름다운 자연이 있으니 웰빙의 기본조건은 잘 갖춰져 있습니다. 앞으로 도시계획을 진행할 때 공간을 고층 건물로 빽빽이 채우는 것보다 열린 도시 녹지를 확보하는데도 신경을 조금 더 쓴다면, 대구시민들의 행복지수도 아이슬란드만큼 올라가지 않을까요?
다시 이번 출장을 돌아보니, 밝게 웃으며 친절하게 대해준 아이슬란드 사람들에게 향기박사도 밝게 웃으며 답례했던 것 같습니다. 이에 문득 어릴 적 들었던 천당과 지옥의 차이를 묘사한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천당과 지옥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팔을 구부릴 수 없고, 빵이 모두가 먹고도 남을 만큼 쌓여 있는 곳이라 합니다. 천당은 행복한 사람들이 많아 빵을 집어 상대방에게 서로 먹여주는데, 지옥은 욕심 많은 사람만 있어 팔이 안 구부러져 스스로 먹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만 먹겠다고 손에 가득 빵을 쥐고도 굶는 곳이라 합니다. 혹시 아이슬란드는 자기 손에 든 행복빵을 서로에게 나누는 천국이었을까요? 디지스트 뇌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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