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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은 영화관들이 올 상반기에는 '파묘' '범죄도시4'의 연이은 흥행으로 모처럼 관람객으로 북적거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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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일 이전에 유료시사회를 개최해 변칙개봉 논란이 제기된 '슈퍼배드4'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
상반기 한국 영화산업은 모처럼 빙그레 웃었다. 팬데믹 기간 관객 급감, 투자유치 어려움 등으로 시장의 존립을 걱정하던 영화계였다. 올 상반기 한국영화는 '파묘' '범죄도시4' 등 연이은 천만관객 영화의 탄생, 상대적으로 수입영화의 흥행부진 등에 힘입어 호황을 누렸던 것으로 보여진다. 한국영화는 올 상반기 매출 3천583억원을 기록해 팬데믹 전의 91.2% 수준까지 회복했다. 이는 작년 동기와 비교하면 68.8% 급증한 액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계가 마냥 웃을 수 만은 없는 현실이다. 보여지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전히 극장으로 돌아오지 않는 관람객들, 되는 영화는 되고 안되는 영화는 폭망하는 흥행 양극화 심화, 거세게 다가오는 OTT의 위협 등 다수의 복병들이 사방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영화계 불공정 행위를 지적하는 목소리들까지 내부에서 터져나오면서 구성원들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급변하는 영상산업 재편 과정에서 한국영화산업의 성장을 위해 주목할 만한 이슈를 소개한다.
◇공정위 극장 3사 담합행위 조사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에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이하 극장 3사)를 신고했다. 이들 극장 3사는 국내 멀티플렉스 체인 스크린의 98%에 육박하는 과점사업자다. 시민단체에 따르면 이들 극장 3사는 팬데믹 기간인 지난 2020∼2022년 3년 동안 한두 달 간격으로 주말 기준 1만2천원짜리 티켓 가격을 1만5천원으로 올렸다. 시민단체들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을 근거로 내세우며 "극장들이 가격 인상의 이유로 코로나19 시기 적자를 들었으나 팬데믹은 종식됐고 CGV도 흑자 전환했다"며 "티켓 가격도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공정위는 시민단체의 주장을 받아들여 최근 이들 극장 3사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극장 3사에 조사관을 보내 이들 업체가 가격 인상 전에 가격 결정에 민감한 정보 등을 공유하는 등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영화티켓 가격 인상 과정에서 담합 행위를 했는지 여부를 조사했다. 조만간 발표될 조사결과에 따라 영화판의 희비와 향후 판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영화관 깜깜이 정산 불만
영화관들이 수익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공정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확산하고 있다. 한국영화산업위기극복영화인연대(이하 영화인연대)는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고, 극장 3사가 티켓 판매로 발생한 매출을 투자, 배급사와 배분하는 과정에서 깜깜이 정산으로 운영주체간 신뢰를 저버리고 , 영화산업의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영화인연대는 극장 3사의 이 같은 행위가 창작과 제작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영화의 성장동력을 무너트리고,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규정했다.
영화인연대는 또 현재의 영화티켓 가격이 모든 관객에게 공정하게 적용되지 않고 있음을 지적했다. 온라인에 익숙한 젊은층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영화를 보는데 반해 디지털에 취약한 노년층은 비싼 가격에 영화를 보고 있다는 것. 영화인연대는 "극장 3사가 비싼 티켓 가격과 별개로 각종 할인제도를 진행하면서 할인제도에 대한 접근성이 낮은 관객은 정가로 비싼 티켓을 구매하게 되는 등 가격 형평성이 깨졌다"면서, "극장의 현행 가격 정책과 할인판매 방식은 관객을 무시하는 것으로 할인제도를 이용하지 않는 관객만 억울하게 만드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슈퍼배드4' 변칙개봉 논란
올 여름 기대작인 미국의 인기 애니메이션 '슈퍼배드4'는 한국에서 '변칙개봉' 논란에 휩싸였다. 영화인연대에 따르면 국내 할리우드 직배사 중 하나인 UPI 코리아는 국내 개봉을 24일로 책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한주 앞당겨 지난 20~21일 전국 400여개 극장에서 80만석 규모로 유료시사회를 빙자한 변칙 개봉을 강행했다는 것.
영화인연대는 "개봉일 사전공지는 공정한 시장 경쟁을 위한 것으로 경쟁사 간에 암묵적 약속"이라며, "변칙개봉은 현재 개봉중인 영화와 금주 개봉이 예정된 영화들의 상영기회를 축소, 박탈하여 배급사, 제작사 및 작품에 참여한 수많은 창작자에게 피해를 주는 불공정 행위"라고 주장했다.
한 영화 평론가는 "한국은 대기업들이 영화를 기획, 투자, 제작, 배급하고 영화관까지 운영하는 특수한 구조"라며,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속에서 영화산업을 지탱하는 여러 여러 분야가 상생하기 위해서는 보다 철저한 조사와 시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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