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봉화 농약 커피 사건 '유의미한 증거물 확보'

  • 오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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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7-25  |  수정 2024-07-24 21:51  |  발행일 2024-07-25 제8면
마을주민 56명 조사·CCTV 86점 분석·현장 채취물 311점 감정

뒤늦게 쓰러진 할머니 음독 경로 밝히는 게 핵심

일반 병실 옮긴 할머니들 상대 대면·전화 조사 계획
경찰, 봉화 농약 커피 사건 유의미한 증거물 확보
지난 15일 '봉화 살충제 사건'이 발생한 봉화 내성4리경로당. 영남일보 DB

'봉화 농약 커피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현장 감식에서 유의미한 증거물을 확보했다고 24일 밝혔다. 경로당에서 함께 커피를 마시고 살충제 중독 증세를 일으킨 할머니 4명과 달리 사흘 뒤 독자적으로 농약 중독 증세를 보이며 병원에 실려 간 할머니 1명이 살충제를 섭취한 경위를 밝히는 게 이번 수사의 핵심이다.

24일 경북경찰청은 현재까지 마을 주민 등 관련자 56명을 상대로 면담 조사했다. 현장 주변 CCTV와 블랙박스 등 자료 86점에 대해 분석 중이다. 특히 현장 감식에서 채취한 감정물 311점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에 감정 의뢰해 유의미한 증거 자료도 확보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의 중요한 단서를 커피로 보고 있다. 초복이었던 지난 15일 봉화군 봉화읍에 있던 식당에서 보양식을 먹고 경로당으로 이동해 냉장고 속에 보관된 커피를 함께 마신 할머니 A(78)·B(65)·C(75)·D(69)씨 등 4명이 심정지 증세를 보이며 쓰러졌다. 누군가 미리 커피에 독극물을 탔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의 위세척액에서는 살충제 성분인 에토펜프록스와 터부포스라는 2가지 유기인제가 검출됐다. 사흘 뒤인 18일 할머니 E(85)씨도 비슷한 증상을 보이며 응급실에 실려 갔다.

경찰은 여기에 주목하고 있다. 왜 E씨만 뒤늦게 쓰러졌는지가 의문이다. E씨는 A씨 등과 함께 커피를 마시지도 않았다고 한다.

경찰은 E씨의 위세척액에서 나온 농약 성분에 대해선 유독 밝히지 않고 있다. 이는 E씨에게서 검출된 살충제 성분이 경로당에서 함께 커피를 마신 A씨 등 4명의 것과 다르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E씨가 4명의 할머니와는 다른 경로로 다른 농약 성분을 섭취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E씨는 현재까지 의식이 없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이 E씨가 쓰러지자 집을 찾아 옷가지와 쓰레기 등 수거해 감식을 의뢰한 것도 E씨가 어떻게 음독했는지를 밝히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응급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겨진 할머니 3명에 대해 조만간 대면이나 전화 등을 통해 사건 당일 행적 및 최근 주변인과의 관계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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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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