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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을 맞아 일제 강점기 조선여인의 강인한 삶을 다룬 작품이 극장과 OTT 등에서 나란히 소개된다. 디즈니플러스에서 오는 23일 공개되는 '파친코' 시즌2. <디즈니플러스 제공> |
일제강점기 조선인 여성의 강인한 삶을 그린 이야기가 광복절을 앞두고 극장가와 OTT를 통해 나란히 소개된다. 극도로 혼란한 시대상에 맞서 한국여성 특유의 굳건한 의지로 위기를 이겨내고, 시대를 개척해 선구적 삶을 살았던 여인들이 뭉클한 감동을 준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오사카 방적 공장에서 일했던 조선소녀의 삶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조선인 여공의 노래'와 시즌1에서 웰메이드 작품으로 전세계적 반향을 일으킨 '파친코'가 오는 23일 디즈니플러스에서 시즌2로 돌아온다.
◇韓日美 넘나드는 스케일 '파친코2'
강력한 스토리텔링,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시즌1에서 방송가에 파란을 일으킨 '파친코'가 마침내 시즌2로 돌아온다. 동명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파친코'는 1900년대 초 한국에서 출발해 1980년대 일본까지 타임테이블을 옮겨가며 한 여인의 일생과 격변의 한국사를 오버랩 했다. 평론가들이 선정한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를 비롯해 '고담 어워즈'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즈' 등에서 수상했다.
'파친코'에는 한국인 이민자 가족 이 머나먼 타국에서 뿌리를 내리기까지 긴 시간과 다양한 사건들이 녹아 있다. 금지된 사랑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을 오가며 장대하게 펼쳐진다. 전쟁과 평화, 사랑과 이별, 승리와 심판 등 인생사의 중요한 단면도 있다. 젊은시절의 선자가 스스로에게 떳떳하게 살기 위해 이방인의 삶을 선택했다면 노년시절의 선자는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 낯선 땅에서 단단하게 뿌리내린 모습이다.
시즌1의 이야기가 고향을 떠나 일본 땅에 정착한 선자가 새로운 가족을 꾸리고 이방인의 삶에 적응해가는 모습을 담았다면 시즌2에서는 매 순간 강인한 정신력과 생활력으로 현실을 극복한 선자가 숱하게 다가오는 위기에 맞서 가족을 지켜낼 수 있을지를 담았다. 숨쉴 틈 없이 펼쳐지는 사건들 속에서 '선자' 역할을 연기한 윤여정, 김민하 두 배우의 연기는 그 자체로 압도적이다. 특히 노년의 선자 역을 맡은 윤여정은 이 작품으로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수십 년만에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온 선자가 우는 듯, 웃는 듯 그동안의 설움을 뱉어낸 시즌1의 장면은 많은 이들에게 뭉클한 울림을 주었다.
전세계 음원차트를 휩쓴 블랙핑크 로제의 노래가 시즌2에 가미돼 더욱 다채로울 전망이다. 최근 공개된 시즌2 예고편에는 로제가 재해석한 'Viva La Vida'가 음악으로 사용됐다. 인생을 곱씹게 하는 로제의 노래는 시즌2 에피소드에서도 삽입된다.
총 8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될 시즌2의 연출은 세명의 감독이 나눠 작업했다. 에피소드 1,2는 섬세한 심리묘사에 탁월한 리안 웰햄 감독이 맡아 극의 몰입도를 높여줄 예정이다. 또 3~5편은 베를린국제영화제 단편영화부분에서 수상한 진준림 감독, 6~8편은 재일교포 3세 이상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세명의 감독의 서로 다른 연출세계를 비교하며 감상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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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방적산업이 융성하기까지 조선인 소녀들이 흘린 눈물과 땀방울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조선인 여공의 노래' <시네마달 제공> |
◇일본으로 간 '조선인 여공의 노래'
20세기 초 일본의 방적산업은 전세계를 주름잡았다. 오늘날 일본경제를 견인했을 만큼 융성한 방적산업의 뒷편에는 조선인 여공의 눈물이 있음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오는 7일 개봉하는 '조선인 여공의 노래'는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조선인 여공의 삶을 조명한다.
일제강점기, 조선의 경제가 파탄날 지경에 이르자 조선의 소녀들은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일본 오사카로 향했다. 아직 채 꽃피지 않은 10대의 어린 소녀들까지 일본의 방적공장에서 하루종일 기계를 돌리며 청춘의 날들을 보냈다.
먼 타국에서 소녀들이 차별과 폭력을 딛고 살아남기 위해 벌인 노력은 처절했다. 일본인들이 쓰레기로 버린 육류의 내장을 구해 먹었고, 직접 야학을 열어 한국의 말과 문자를 공부했다. 소녀들은 고향에 두고온 가족이 그리울 때면 '조선인 여공의 노래'를 부르며 절망의 순간을 이겨냈다.
이원식 감독은 우연히 일본에 갔다가 여공들의 이야기를 접하고 영화화를 결정했다. 하루키 중학교의 오래된 붉은 벽돌 담장에서 십자가를 발견했는데, 그것이 조선인 여공이 도망가지 못하게 철조망을 치기 위한 틀이란 것을 알게 된 것. 감독은 재일 코리안 배우를 섭외해 영화를 완성했다.
이 감독은 "조선인 여공의 이야기는 일본군 위안부와 다르게 잘 알려지거나 연구되지 않았던 민중의 역사"라면서, "먹고 살기 위해 일본으로 가서 여공으로 일했고, 현재도 일본에 남아 재일코리안의 뿌리가 된 분들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서는 같은 정체성을 가진 재일코리안 배우들이 역할을 맡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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