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행복의 나라…비운의 현대사, 10·26 정치 재판 속 민낯 재조명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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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8-09  |  수정 2024-08-09 07:57  |  발행일 2024-08-09 제14면
[금주의 영화] 행복의 나라…비운의 현대사, 10·26 정치 재판 속 민낯 재조명
'행복의 나라'

1979년 10월26일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가장 불운한 날 중 하나다. 그날 저녁 서울 종로구 안가에는 박정희 대통령과 김재규 중앙정보부장 등이 속속 도착했다. 식탁에는 비빔밥, 떡만둣국, 전복무침, 송이버섯구이, 꿀에 재운 인삼과 생채, 편육 등으로 한상 가득히 차려졌다. 이내 가수들이 들어오고, 술자리의 여흥이 한창 무르익어 갈 무렵 잠시 밖에 나갔다 돌아온 김부장은 사전에 숨겨둔 발터 PPK 권총으로 박정희를 겨누었다.

영화 '광해'로 천만 관객을 쏘아올린 추창민 감독의 신작 '행복의 나라'는 10·26 대통령 암살 사건 이후 벌어진 '재판'을 주요 소재로 다루고 있다. 그날밤 사건이 벌어진 배경과 시간대별 동선 등을 재판과정을 통해 차근차근 밝혀 나간다. 그동안 10·26 관련 영화들이 그날밤의 현장을 재구성 한 것에 주안점을 뒀다면 이번 작품은 우리가 잘 몰랐던 정치 재판의 진행과정을 통해 비운의 현대사의 민낯을 보여준다.

고(故) 이선균이 상관의 지시로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돼 재판받는 정보부장 수행비서관 '박태주'로 분했다. 그는 유일하게 군인 신분으로 단심으로 판결이 확정되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강직함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박태주를 살리기 위해 재판에 뛰어들어 혼신의 힘을 다하는 변호사 '정인후'에는 조정석이 분했다.

배우 유재명은 부정 재판을 주도하며 군사반란을 일으키는 거대권력의 중심인 합수단장 '전상두'로 분했다. 유 배우는 전상두를 표현하기 위해 머리를 깎고, 머리카락을 뽑기까지 했는데, 현장의 촬영스태프들조차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는 후문.

당시 재판은 '쪽지재판'으로 불렸다. 실제 공판이 진행되는 도중에 여러차례 법정에 은밀하게 쪽지가 전달됐다. 또 '졸속재판'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군인신분이었던 박흥주 대령은 첫 공판이후 단 16일 만에 선고가 내려졌다.

제작진은 현실감있는 법정신(scene)을 만들기 위해 공을 들였다. 법정신은 카메라 촬영기법도 다양하게 활용했는데, 전체적인 상황과 분위기를 보여주기 위해 넓은 사이즈의 샷에서 시작해 마지막에는 타이트한 빅클로즈업을 활용해 인물의 감정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는 방식으로 차별성을 줬다. 추 감독은 "영화에서 법정신이 가장 중요한 장면이었기 때문에 촬영 전 자료조사를 통해 실제 법정에서 벌어진 많은 일들이 작품 속 대사와 상황으로 충실히 표현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전했다. 김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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