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이젠 문체부가 나서라

  • 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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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8-15  |  수정 2024-08-15 07:02  |  발행일 2024-08-15 제23면

[영남타워] 이젠 문체부가 나서라
진식 사회부장

숨이 턱턱 막히는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 더위를 한동안 잊게 한 건 올림픽이었다. 더 정확하게는 이번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의 선전이었다.

펜싱 오상욱의 '금빛 찌르기'를 필두로 한 대구체고 2학년 반효진의 '대한민국 근대올림픽 100번째 금메달', 5개 전 종목을 싹쓸이 한 태극 궁사들의 금빛 활시위는 연일 푹푹 찌는 열대야에 단비와 같은 기쁜 뉴스였다. '칼·총·활' 종목에서 우리가 메달을 쓸어 담는 모습을 보면서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만끽했다.

꼭 금메달 뉴스뿐만 아니다. 경북 군위 출신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의 후손인 여자 유도 은·동메달리스트 허미미. 재일교포 3세인 그는 '태극마크를 달고 유도하는 모습을 보고싶다'는 돌아가신 할머니의 유언에 한국으로 귀화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가슴 뭉클한 감동을 더했다.

탁구 신동 '삐약이' 신유빈은 또 어떤가. 경기 중간 열을 식히기 위해 얼음주머니를 머리에 얹고 '에너지 젤'을 섭취하는 '먹방'은 귀여움 그 자체였다.

금 5개도 장담하기 어렵다던 한국 대표팀 선수단은 그야말로 '각본 없는 반전 드라마'를 썼다.

대한민국은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를 획득해 종합 8위에 올랐다. 전체 메달 32개는 1988년 서울 대회 33개(금12, 은10, 동11)에 이은 2위 기록이다. 금 13개는 2008년 베이징과 2012년 런던 대회에서 달성한 단일 대회 최다와 타이를 이뤘다.

1976년 몬트리올 대회(50명) 이후 48년 만에 가장 적은 선수단(144명)으로 일궈낸 쾌거다. 그래서 우리는 '파리의 기적'을 언급한다. 최소 인원으로 최다 금메달을 따내 '적잘싸(적지만 잘 싸웠다)'라고도 한다.

파리의 기적 뒤엔 알려지지 않은 숨은 공신들이 있다는 걸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오늘날 파리의 주역들이 시상대에 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들이다. 이들은 지금도 스포트라이트 아래에서 조용히 그리고 묵묵히 제갈 길을 가고 있다.

바로 전국의 초·중·고교 운동부에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감독·코치선생님들이다. 이들은 김제덕을 처음 양궁에 입문시켰다. 반효진에게 총 잘 쏘는 방법을 가르쳤다. 중학교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축구를 하는 구본길의 재능을 미리 알아보고 검을 쥐여 준 선생님도 있다.

이들은 아이들의 운동신경과 재능을 한눈에 알아본다. 기초부터 중급, 상급, 고급 기술에 이르기까지 기가 막히게 잘 가르친다. 때론 사춘기 아이들이 짧은 생각에 운동을 그만 두려고 하면 절묘한 상담과 설득으로 제자리를 찾도록 하기도 한다. 대한민국 스포츠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심장과도 같은 존재들이다.

그런데 이들에 대한 처우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교기는 물론이고 학교 운동부 코치인데, 학교에서 봉급을 주지 않는다. 예산이 없기 때문이란다. '순회 코치'로 지정되면 시·도교육청에서 급여를 지원하지만, 종목당 1명뿐이다.

나머지 코치 선생님들은 어떻게 생활할까. 학부모들이 십시일반 낸 회비에 의존한다. 전국 학교 운동부의 아주 오래된 '구습'이다. 이젠 타파하는 게 맞다. 늘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예산 타령만 할 게 아니다. 교육부 혼자선 힘들다면,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도 나서 관련 예산을 마련하라. 올림픽 8위의 스포츠 강국이 언제까지 학부모의 호주머니에 기댈 건가.

진식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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