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글로벌 코스메틱 비즈니스센터는 228억원을 들여 2020년 개소한 화장품 생산, 연구, 교육 지원시설로 소재 연구개발, 생산 지원을 통해 지역 기업의 비용 절감과 특화단지 입주 기업 지원도 하고 있다. |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부동산 신조어가 있다. 그중 하나가 '뷰세권'인데 전망이 좋은 아파트의 입지를 뷰(View)가 좋다고 하여 '뷰세권'이라고 한다. 그런데 최근 더블 '뷰세권'이 뜨고 있다. 바로 경산의 이야기다. 전망이 좋아 '뷰세권'이요, 뷰티(Beauty) 산업의 메카이기 때문에 또 하나의 '뷰세권'인 것이다.
경산시가 경제혁신 전략산업의 하나로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K-뷰티 산업은 국가적 입장에서도 '한류'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주요 산업이다. 영화·드라마·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리 화장품의 우수성과 전문적인 관리 비법을 전수한 세계인들이 K-뷰티에 열광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신인 인도 팝 다이어리는 "K-드라마의 세계에서 만들어진 용어인 '도자기 피부'와 K-팝 아이돌에서 영감을 받은 인도 젊은 층이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메이크업이라는 예술을 탐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헝가리 페미나는 한국 화장품의 인기 비결을 '동양의 전통과 현대 과학 연구의 결합으로 탄생'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올해는 최대수출국 중국 시장 여건(코로나, 경기침체, 애국소비성향 등) 악화로 잠시 주춤했던 K-뷰티의 인기가 다시금 성장하는 한 해를 맞이하고 있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월에서 3월까지의 화장품류 수출액은 23억 달러(약 3조원)로 전년 동기대비 21.7% 증가하면서 동기간 역대 최대 실적을 보였다. 특히 기초화장품 이외에도 색조화장품·향수·세안 제품·선크림이나 주름 스틱 같은 기타 화장품들도 수출이 증가했다. 우리 기업들이 우수한 품질의 다양한 제품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출시하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경산 글로벌 코스메틱 비즈니스센터 공용 실험실에서 입주업체 연구원들이 화장품 제조 관련 실험을 하고 있다. 화장품 제조뿐만 아니라 연구 개발을 함께하는 전국 유일의 기관이다. |
전국 유일의 화장품 생산, 연구, 비즈니스 지원시설인 '글로벌 코스메틱 비즈니스센터'를 거점으로 화장품 산업을 지원하는 경산시도 '화장품 특화 도시'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경산은 2016년 1월, K-뷰티 화장품 산업 육성 미래 비전 선포식을 통해 '글로벌 K-뷰티 융복합산업의 메카'를 선언했다. 그로부터 8년이 흐른 지금, 경산은 어떤 아름다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을까.
제품 개발~생산 지원 시스템 구축
13개 대학 연구 인프라·인력 연계
기업 비용절감·경쟁력 강화 잰걸음
5년간 56개 기업 해외 박람회 참여
올핸 세계 빅3 볼로냐 미용전 데뷔
바이어 몰리며 예상 뛰어넘는 성과
경산 글로벌 코스메틱 비즈니스센터 내 화장품 원료 및 부자재를 전시하고 있는 쇼룸. 충청도 이남의 유일한 시설로 200여 종의 화장품 원료를 보유하고 있다. |
◆코스메틱 비즈니스센터의 새로운 도전
글로벌 코스메틱 비즈니스센터는 총사업비 228억원을 들여 2020년 개소한 화장품 생산, 연구, 지원 시설로 현재 <재>경북IT융합산업기술원이 위탁·운영 중이다. 소재 및 연구 개발, 생산 지원을 통해 지역 화장품 기업의 비용 절감을 돕고 화장품 특화 단지 입주 기업 지원도 하고 있다. 글로벌 코스메틱 비즈니스센터는 올해 특별한 도전도 했다.
지난 3월 21일부터 23일까지 3일간 이탈리아에서는 올해로 55회째를 맞이하는 '2024 코스모프로프 볼로냐 미용 전시회'가 열렸다. 화장품 소재와 완성품, 제조사와 오프라인 유통사, 온라인 플랫폼에 속하는 다양한 기업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미용 전시회다. 볼로냐·라스베이거스·홍콩에서 열리는 3대 코스모프로프 전시회는 미용과 뷰티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 경산시의 지원으로 지역의 4개사가 2024 코스모프로프 볼로냐 미용 전시회에 참여해 총 1천107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48억원의 수출 상담을 진행했고, 약 3억원의 초도물량 수출 계약도 달성했다.
라스베이거스 뷰티 박람회에 참가한 경산 업체 부스. 경산시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총사업비 34억원의 'K-뷰티산업 마케팅 지원 사업'을 통해 지역기업 56개 사의 해외박람회 참여를 지원하고, 약 80억 원의 수출 계약 성과를 거두었다. 〈경산시 제공〉 |
경산시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총사업비 34억원의 'K-뷰티산업 마케팅 지원 사업'을 진행 중이며 현재까지 지역기업 56개 사의 해외박람회 참여를 지원하고, 약 80억원의 수출 계약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볼로냐 미용 전시회와 같은 세계적인 무대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여기에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글로벌 코스메틱 비즈니스센터 운영팀은 볼로냐 미용 전시회에 참여하기 위해 2023년 7월부터 전시회 측과 조율을 시작했고, 두 달여의 대기 끝에 4개의 부스를 확정받았다. 전시회까지의 기한이 촉박했지만, 참가를 희망한 9개 사 중 4개 사를 최종 결정해 준비도 착착 진행했다. 그런데 전시회가 열리는 기간의 항공료와 숙박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미용·뷰티 분야 전시회의 경우 적어도 3년에서 5년 정도는 참가해야 성과가 나온다는 공식이 있는 만큼 처음 참여하는 상황에서 기업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기업 중에는 볼로냐 인근 먼거리에 숙소를 잡고 오가는 선택을 하기도 했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경산 K-화장품에 대한 바이어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하루 34건의 상담이 이어지면서 그야말로 화장실에 갈 시간도 부족했을 정도.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지역의 관심이 높았으며, 루마니아·덴마크·폴란드·튀르키예·영국·세르비아 등 세계 각국의 바이어들이 지역 기업과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그야말로 경산 K-뷰티의 경쟁력을 눈으로 확인한 순간이었다.
지난 7월 23일부터 3일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코스모프로프에서도 경산 화장품 기업 6개사는 현장에서 약 50억 원의 수출 계약을 체결하였으며, 오는 11월에는 홍콩에서 펼쳐지는 대형 뷰티 전시회인 코스모프로프 아시아에 지역 기업의 참가를 지원할 예정이다. 2024년 코트라 GTA(Global Trade Atlas) 통계에 따르면 2013년 홍콩에서의 한국 스킨케어 제품은 수입국 순위 5위에 불과했지만, 2016년부터 1위로 오르면서 2023년까지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경산 K-뷰티의 활약을 또 한 번 기대해 볼 만하다.
◆화장품 산업의 허브를 꿈꾸다
경산의 화장품 산업이 해외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데는 경산의 13개 대학이 보유한 인재 및 연구 인프라와 경산시의 적극적인 지원이 한몫 했다. 현재 경산에는 약 70~80여 개의 화장품 회사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처럼 많은 화장품 기업을 가진 도시는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에 경산시는 화장품 산업 발전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개발 제품의 성능 검증을 위한 '화장품 경쟁력 강화사업', 뷰티·IT융복합 시험인증 및 네트워크 지원을 위한 '디지털 뷰티산업 육성사업', 뷰티 관련 혁신기관 인프라 연계를 지원하는 '뷰티산업 밸류체인 컨버전스 지원사업' 등이 그것이다.
올해는 우수화장품 제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5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글로벌 코스메틱 비즈니스센터를 리모델링했다. 글로벌 코스메틱 비즈니스센터는 CGMP(우수화장품 제조 및 품질기준) 화장품 생산 시설과 충청도 이남의 유일한 시설이라는 200여 종의 화장품 원료 쇼룸도 갖추고 있다. 사실상 화장품 제조뿐만 아니라 연구 개발을 함께하는 전국 유일의 기관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하나로 연결할 화장품 특화단지가 조성되어 분양을 진행 중이다.
경산시 여천동 일원에 들어선 화장품 특화 단지는 총사업비 493억원을 들여 조성한 경산 뷰티 산업의 신성장 거점이다. 현재 2023년 기준 매출 90억원의 <주>바이노텍과 매출 11억 원의 <주>비쎌이 입주해 있다.
우수한 화장품 기업들이 지역에서 뿌리내리고 꿈을 펼칠 수 있도록 경산시에서는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우선 글로벌 코스메틱 비즈니스센터에 입주하는 기업들의 화장품 생산 비용을 20%가량 감면해 주고 있다. 신제품 컨설팅도 돕고, 화장품 생산 시 화장품을 보관하기 위한 물류 창고도 증축 중이다. 이외에도 경산시에서는 '경산 뷰티 산업 신성장 전략 수립 연구용역'을 통해 허용 업종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고, '경산시 기업 및 투자유치 촉진 조례' 개정을 추진해 화장품 특화단지 특례로 신규 상시 고용인원 5명 이상 시 보조금 10%, 10명 이상 시 최대 20%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필지별 옹벽 설치 및 평탄화 비용도 지원해 그야말로 기업하기 좋은 경산시를 구축해 나간다.
글로벌 코스메틱 비즈니스센터 김동환 센터장은 "우리 지역의 화장품 기업 중에 매출 100억원 이상의 기업이 30~50%는 되어야 경산의 화장품 산업이 좀 더 탄탄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날을 위해 최선을 다해 도울 예정이니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센터장은 "경산에서 화장품을 만드는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은 가질 수 없는 독특한 아이디어를 품고 있다"고 했다. 젊은 세대를 위한 독특한 디자인부터 편리하게 쓰는 일회용 화장품 등 경산의 뷰티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다. 화장품 특화단지에 이 같은 기업이 찾게 되고, 활력이 생기면 그야말로 경산 뷰티 산업의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해지게 된다. 경산의 뷰티 아이디어가 세계인의 아름다움의 기준이 될 그 날이 멀지 않았다.
글=박성미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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