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박물관의 역동성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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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8-26  |  수정 2024-08-26 07:00  |  발행일 2024-08-26 제23면

얼마 전 서울 김포공항에 있는 항공박물관을 다녀왔다. 첫인상은 시끌벅적한 놀이공원의 일부분을 보는 느낌이었다.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다니며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만지며 몸으로 체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어른들도 항공 유물이나 발전사를 둘러보며 새로운 지식을 얻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비행기라는 특수한 소재로 만든 박물관인 덕분인지 보통 박물관과 동선이나 제한 규정이 조금 달랐다. 대부분 조용히 관람할 것과 손대지 말고 눈으로만 볼 것을 요구했지만 이곳은 어느 정도는 만지고 시끌벅적해도 아무도 탓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당연히 초등학생들이 주된 관람객이었다. 이들 덕분에 지난 13일 개관 4년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항공기 제트엔진의 터빈 블레이드를 형상화한 항공박물관은 국토교통부 산하 국립 박물관으로 내부에 편의점과 갖고 온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 퍼질러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관 등 어린이를 배려한 시설이 돋보였다. 당연히 어른들의 체험도 가능하지만, 초등학생이나 영유아를 위한 시설이 많았다.

그래도 박물관이라면 당연히 조금 조용한 가운데 둘러보고 전시물에 손대면 안 되는 것이 기본예절이지만 항공박물관이 비교적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는 것은 관장의 운영 철학 때문으로 보였다. 관장이 학교 후배인 덕분에 관람하며 설명을 들었는데 "크게 훼손되지 않기 때문에 전시물에 구태여 손대는 것을 막을 일이 없다"라며 "이제 박물관도 역동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보다 체험이나 즐거움을 주는 전시물 구성 등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살아있는 박물관'이 좋은 박물관이라는 결론이었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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