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청도소싸움축제 취소는 명분도 실익도 없다

  • 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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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9-06  |  수정 2024-09-06 07:02  |  발행일 2024-09-06 제26면
축제장소 구하지 못하고
소싸움경기와 차별성과
동물학대 논란 부담으로
소싸움경기 홍보기회 등
지역 대표성 차버리는 꼴

[하프타임] 청도소싸움축제 취소는 명분도 실익도 없다
박성우 동부지역본부 차장

경북 청도군이 수십 년째 청도를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매김해 온 '청도소싸움축제'를 올해 열지 않기로 했다. 매년 전국 소싸움민속대회 개최의 시발점이자 대표적 축제였던 청도소싸움축제는 3월 초순쯤에 개최돼 오다 수년 전부터는 개최 편의상 5월로 밀려나더니 올해는 가을 개최 말이 나오더니 아예 취소하기로 결정이 됐다는 전언이다.

이유인즉슨 마땅한 축제장소를 마련하지 못한 것이 요인으로 전해졌다. 소싸움축제는 십수 년간 이서천변에서 개최돼 오다 2011년 우리나라 유일 소싸움사행경기장인 청도소싸움경기장이 개장되면서 소싸움경기장 인접한 근린생활시설을 이용해 진행해 왔다. 이 근생시설은 민간소유이지만 십여년 째 준공받지 못한 채 방치돼 온 시설로 청도군은 임시사용승인을 한 뒤 임대형식으로 빌려 축제장소로 이용해 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 민간사업자가 지난해 준공허가를 받으면서 축제장소가 없어진 셈이다. 결국 청도군은 그간 임의로 편하게 사용해 오던 축제장소가 사라지면서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분히 예견됐지만 청도군은 뒤늦게 대책도 마련치 못하고 축제 취소라는 이해하기 힘든 모양새만 된 꼴이다.

또 다른 이유는 소싸움축제와 사행산업으로 상시개최되는 '청도소싸움경기'와의 정체성 부분이다. 즉 주말마다 연중 '사행산업'의 소싸움경기가 열리는데 굳이 소싸움축제를 열 필요가 있느냐는 게 논쟁의 핵심이다. 엄밀히 따지면 사행산업으로 공식 허가받은 경기장에서는 사행경기 이외의 일체의 행사를 열 수 없는 게 맞을 수 있다. 청도군은 이 같은 유권해석이 나올 수도 있음에도 그간 한차례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등에 이를 확인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문제의식도 없었을 뿐 아니라 굳이 긁어 부스럼 일으킬 필요가 없다는 이유가 크게 작용했다. 그러는 사이 십수 년째 청도소싸움경기장에서 소싸움축제를 버젓이 열어온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싸움축제를 소싸움경기장에서 개최해온 이유는 청도소싸움경기를 홍보하기 위해서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유일 소싸움경기 사행산업으로서의 청도소싸움경기가 개장 이후 만성적인 적자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청도소싸움경기가 사행산업인 사실을 모르는 국민들이 태반이기 때문에 매년 수만 명이 몰리는 축제를 활용한 홍보효과는 한 몫을 차지하고 있음은 대부분 공감하는 점이다. 그런데 청도군에서는 이러한 공론화 과정을 통한 의견수렴조차 제대로 거치지 않고 소싸움축제를 굳이 개최할 필요가 있느냐면서 취소키로 한 결정은 선뜻 이해 가지 않는다.

또 일부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동물학대논란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지만 우리나라 민속소싸움계를 대표해온 청도군은 지레 겁부터 먹고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만 됐다. 전통농경문화의 산물인 소싸움민속대회는 주로 영호남지역 11개 시군에서 개최하고 있는 전통문화다. 그간 소싸움협회도 소힘겨루기협회로 보다 순화적 명칭으로 개칭하고 동물친화적인 힘겨루기 대회로 국민 정서에 더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서 전통무형문화재 등록을 위해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 마당에 민속대회 중 유일하게 축제로 승화시킨 청도군의 이번 축제취소는 그간 공들여 온 그 대표성을 인정받은 것을 스스로 차버리는 행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청도소싸움축제 취소는 명분도 없고 실익도 없다.
박성우 동부지역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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