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기후변화와 자연이 준 선물 '송이'

  • 황준오
  • |
  • 입력 2024-10-03  |  수정 2024-10-03 06:59  |  발행일 2024-10-03 제22면

[취재수첩] 기후변화와 자연이 준 선물 송이
황준오기자〈경북본사〉

송이의 계절이 왔다. 하지만 올해는 유례없는 9월 고온 현상이 추석 후에도 이어지면서 예년보다 출하 시기가 2주가량 늦었고, 첫 수매량도 크게 줄었다.

우리나라 송이는 주로 강원도 양양·인제와 경북 울진·영덕·봉화 등 산간지역에서 많이 생산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산림조합에서 수매한 양양 송이 1등급 공판가가 1㎏에 160만원으로 거래되면서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말 그대로 '金송이'가 됐다.

봉화군산림조합도 1일 봉화송이 첫 수매를 시작했다. 1등품은 없고, 2등품이 ㎏당 121만원에 거래됐다. 첫날 총수매량이 1.62㎏에 불과해 지난해 생산량보다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송이가 진짜 귀한 대접을 받는 이유는 바로 태생 조건부터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기온과 수분, 토양 등 어느 하나라도 맞지 않으면 자라지 않고, 오로지 20~60년생 소나무 밑에서만 자란다.

특히 최고기온이 26℃를 넘어선 안 되고, 최저기온도 10℃ 이하로 떨어져서도 안 된다. 또 적당한 강수량과 바람, 맑고 신선한 날씨가 유지돼야 하며, 토양은 너무 건조해도 너무 축축해서도 안 된다. 게다가 적당한 일조량도 필요해 까다로운 생장 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아직 양식을 허락지 않아 송이를 '자연이 준 최고의 선물'이라 부른다.

이처럼 기후에 민감한 송이 생산량이 매년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 소폭 늘기도 했지만, 2016년 약 260t이던 전국 송이 공판량이 2018년엔 약 173t, 2021년 58.6t, 2022년 49.5t에 머물고 있다.

기후변화는 송이 생산량을 감소시키는 결정적 요인이다. 이미 2020년 국제자연보전연맹이 송이버섯을 멸종 위기 취약종으로 지정했고, 최근 한국기후변화학회는 2080년 국내 소나무가 지금의 20%만 남고 사라질 것이란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에 산림버섯연구소 측은 기후변화에 대응해 장기적으로 버섯 생산 구조의 변화에 대비할 것을 제안하며 "버섯 생산성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임목과 임지 등 숲을 관리하고, 정부에서 지원하는 송이산 가꾸기 사업 등이 이어져야 할 것"을 주문했다.

3일부터 '봉화송이축제'가 열린다. 축제를 앞두고 매년 채취체험 참가자를 모집했지만, 올해는 받지 못할 정도다. 봉화군은 기후변화 탓만 하며 손을 놓고 있다. 이제라도 최소한 송이 소멸 시기를 늦추는 방안이라도 모색해야 한다. 정말 송이를 보지도, 맛볼 수도 없게 될지도 모른다.황준오기자〈경북본사〉

기자 이미지

황준오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북지역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