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친척의 결혼식이 있어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 강남 예식장을 다녀왔다. 요즘처럼 비혼주의자나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세태에서 결혼 그 자체만으로도 축하할 일이어서 시간을 내 달려간 것이다. 예식은 보통의 순서대로 잘 흘러갔다. 한데 아무리 기다려도 친지들과 사진 촬영을 알리는 안내가 없다. 주위 젊은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그러한 사진 촬영은 하지 않는 것이 대세란다.
결혼식에서 주례와 주례사가 거의 사라진 것은 꽤 됐다. 신랑이나 신부의 부모가 덕담하는 형태로 바뀐 것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이제는 거의 정형화되다시피 했다. 결혼 예식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합동결혼식도 있고 야간 결혼식, 작은 결혼식 등 다양하다. 하지만 여건이 허용하면 그날 참석했던 친지나 친구들의 기념사진 정도는 찍어두는 게 좋을 듯하다. 훗날 앨범을 들여다볼 때 누가 참석해 축하해 줬는지 되돌아보고 고마운 사람들을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녀를 많이 낳는 시절이 아니다 보니 6촌만 되도 서먹한 관계가 되곤 한다. 이제는 4촌도 없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결혼식에서 친지 단체의 사진 촬영을 하지 않는 것은 이러한 상황을 더욱 부채질하는 것이라는 노파심이 생긴다. 결혼식의 주인공인 신랑과 신부가 친척이나 인척을 그리 중요시 않는다는 방증으로 보인 탓이다. 인구 절벽이나 지역 소멸 위기에서 결혼은 인류를 생존할 수 있게 하는 성스러운 행위다. 축하받을 일만 있는 날에 사진 촬영 한 장면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이 옹졸한 처사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결혼을 하는 모든 사람은 축복받아 마땅하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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