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책방 봄날'은 독립서점이지만 대중적인 책이 많고 다양한 소품이 곳곳에 놓여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책과 쉼이 있는 곳으로(1) 하룻밤 머물며 책멍…나를 위한 힐링 독서
독서 후엔 식사나 숙박도 가능
손님 연령·성별 등 특성 고려
책방지기 세심하게 책 추천도
인근엔 문화유산·볼거리 가득
前 국어교사 운영 독립서점선
여느 카페 부럽지 않은 커피향
독서 후 1박을 지낼 게스트하우스로 간다. 객실 안에 책이 있는 독채 펜션과 달리 게스트하우스는 공용 거실에 책이 구비돼 있다. 거실과 화장실은 공용으로 사용해야 하지만 객실이 2개라 불편함은 없다. 책 한 권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면 온돌방이 나온다. 우드톤 인테리어와 빈티지한 소품이 아늑함을 더한다. 오로지 독서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은은한 불빛이 나오는 스탠드를 켜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책과 함께 '힐링'하는 느낌이 이런 걸까. 다음 날 날이 밝았을 때 탁 트인 창에 자연 풍경이 담겨 더욱 '힐링'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체크아웃 후 뒤에 있는 레스토랑 '오마이쿡'에서 10% 할인된 가격으로 식사를 할 수도 있었다.
'시골책방 봄날' 내부. 책방지기의 섬세하고 아기자기한 취향이 담겨 있다. |
◆청도향교·석빙고·읍성…책방 인근 볼거리도 가득
오마이북 인근엔 문화유산과 볼거리도 가득했다. 식사를 마치고 5분 정도 걸으니 '청도향교'다. 청도향교의 건립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조선 선조 원년(1568년)에 군수 이의경이 화양읍 고평리에 세웠다고 전해진다. 그 후 여러 차례 자리를 옮겼다가 영조 10년(11734년)에 군수 정흠선이 현재의 자리인 교촌리에 지었다. 대성전, 동·서무, 내삼문 등 제사를 지내는 공간과 명륜당, 동·서재, 사락루 등 학문을 가르치는 공간이 있다. 약 400년 된 커다란 보호수도 입구 왼편에 우뚝 서 있다. 고택과 이제 막 물들려 하는 나무들이 잘 어우러져 가을을 알리는 듯했다.
바로 옆에 있는 청도읍성으로 간다. 높은 성곽길을 따라 걸으면 동문으로 들어가기 전 '청도 석빙고'가 나온다. 1963년 보물로 지정된 이 석빙고는 얼음을 저장하려 만든 창고로 조선시대 만들어졌다. 국내 현존하는 6개 석빙고 가운데 가장 오래됐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점차 바닥이 경사지고, 바닥 중앙에 배수구가 있어 경사를 따라 물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구조라고 한다. 추락 위험으로 평소 일반인은 출입이 금지돼 있어 밖에서 눈으로만 봐야 했다. 청도의 관광 9경 중 제1경으로 꼽히는 청도읍성을 걷는다.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대표 관광명소라고 하는데, 그 말을 실감했다. 웅장한 성벽과 푸르른 하늘, 각양각색의 꽃들, 노랗게 물든 들판이 조화로웠다.
'오마이북' 인근에 위치한 청도읍성. |
◆봄날처럼 따뜻한 주인장의 센스 '시골책방 봄날'
또 다른 책방을 구경하러 간다. 청도읍성 입구에서 자가용으로 15분 정도 걸린다. 시골 마을 안쪽에 위치해 내비게이션이 필수다. 유등연지 인근 작은 개천을 따라 좁은 마을 골목길로 해서 들어가면 나온다. 위치처럼 책방의 이름도 '시골책방 봄날'(이하 봄날)이다. 2018년 문을 연 봄날은 대구의 한 사립학교에서 29년간 국어교사를 지낸 김태금씨가 연 책방이다. 청도 유일 독립서점으로 사막에 생겨난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개업 당시 "참고서 파는 서점 말곤 책방이 없었는데 동네에 책방을 열어줘 고맙다" 등의 반응이 많았다고 한다.
책방은 가정집 2층 건물에 자리한다. 건물 앞 잘 가꾼 정원을 구경한 후 신발을 벗고 들어간다. 1층은 책방지기와 그의 가족이 생활하는 집이다. 계단을 올라가면 따뜻한 조명과 원목의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책방지기의 섬세하고 아기자기한 취향이 담겨 있어 남의 집 서재를 보는 느낌도 들고 이웃집에 놀러 온 듯한 편안함이 느껴진다. 창밖을 보면 시골 마을답게 푸르고 탁 트인 풍경이 펼쳐진다. 책은 약 1천500권 구비돼 있다. 독립서점이지만 대중적인 책도 많다. 양귀자, 한강, 김연수, 정유정, 최은영 등 국내 베스트셀러 소설 작가들부터 세계고전과 인문·사회 서적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진열장에 놓인 여러 앤틱 도자기를 보는 재미도 있다. 구경만 했는데 벌써 시간이 한참 지나있다. 테이블로 돌아오니 커피가 차려져 있다. 책방지기가 직접 내리는 핸드드립 커피로 커피조차 여느 카페 부럽지 않다. 이제 책방지기에게 책방을 열게 된 사연을 묻는다.
'시골책방 봄날'에서 판매 중인 한강의 책. |
'시골책방 봄날' 독서공간. 책 진열공간 밖에 있는 방이다. |
시골책방 봄날 김태금 대표는 어릴 적부터 '활자 중독'이었다고 한다. 경북 김천 시골 마을에서 자란 그는 책과 신문을 통해 저 너머의 세상을 들여다봤다. 책상에 활자가 놓여 있으면 있는 대로 모두 읽었다. 그게 재미있어 책을 가까이하고, 교사로 일할 적에도 여러 독서모임을 기획·주최했다. 그러던 어느 스승의 날, 예고도 없이 집에 스무 명 넘는 반 아이들이 방문했다. "쌤, 우리 밥 해주세요." 정신없이 음식을 만들어 먹였다. 밥과 삼겹살, 된장찌개, 수박이 다였지만 그렇게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한다. 모두가 함께 무언가를 하는 일로 학생들도 허물없이 가까워졌다고. 퇴직 후 아이들이 편하게 오고 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문을 연 곳이 봄날이다.
김태금 대표가 꿈꾼 곳은 '편하게 찾아와 책을 읽을 수 있는 서점'이다. 오마이북도, 봄날도 책을 매개로 사람에게 휴식을 선물하는 따뜻한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먼 곳에서 찾아오는 이들에게도 작지만 깊은 쉼터가 된다. 책과 사람을 잇는 책방 이야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제 책방에서 구매한 책들을 읽을 시간이다.
글·사진=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조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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