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구화지문(口禍之門)

  • 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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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1-01  |  수정 2024-11-01 07:04  |  발행일 2024-11-01 제26면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

쉽게 던진 말이 문제를 초래

선조들도 항상 말조심 당부

시의원 내뱉은 말 상대 자극

상대 말에 먼저 귀 기울여야

[하프타임] 구화지문(口禍之門)
피재윤 경북본사

구화지문(口禍之門)이라는 성어가 있다.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 된다는 뜻으로 말을 함부로 화면 화를 당하기 쉽다.

말로 천 냥 빚을 갚기도 하지만, 주변에서 말 한마디가 화근이 돼 큰 다툼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그래서 말이라는 것은 정말 조심해서 해야 한다. 스스로 잘 새기지 않으면 쉽게 던진 말이 자칫 문제를 초래할 수 있기에, 말조심은 동서고금(東西古今)의 진리다.

선조들도 항상 말조심을 당부했다. 말조심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성어가 바로 구화지문이다.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니 말조심하라고 경계하는 말이다.

구화지문은 당나라 말기에 태어나 재상을 지낸 중국의 정치가인 풍도(馮道)의 '설시(舌詩)'에 들어 있는 말이다. 우리나라 속담인 '화는 입으로부터 나오고 병은 입으로부터 들어간다'라는 표현과 같다.

풍도는 실제 입조심을 했는지, 당나라가 망한 뒤에도 진·글안·후한·후주 등 여러 왕조에 벼슬을 하며 장수를 누린 것으로 전해진다.

경청하는 귀는 두 개로 늘 열려있지만, 입은 한 개로 내 의지에 따라 열고 닫을 수 있는 차이점이 있다. 주변을 살펴보면 신중하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하고 말하는 사람들이 주로 구설수에 오른다.

유대인들의 격언에도 '네 입안에 있는 말은 너의 노예지만,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곧 너의 주인이 된다'라는 말이 있다. 뱉은 말엔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스스로 조심하라는 말인데, 한번 뱉은 말은 아무리 수습하려 해도 내 발목을 붙잡고 회복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어 조심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잘 생각해 보자. 우선 내가 대접을 받고 싶은 만큼 나도 남을 대접해야 한다. 내가 기분 좋아지고 힘이 되는 말을 듣고 싶은 것처럼 상대방도 분명히 똑같은 마음일 것이다.

항상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중앙 정치권이나 지방 정치권에서도 말 한마디가 화근이 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그 말 한마디의 실수가 상대의 꼬투리가 되고, 그 꼬투리는 또다시 다른 꼬투리의 빌미가 되기도 한다.

최근 경북지역 한 기초의회 연수회에서 한 시의원이 내뱉은 말 한마디가 상대 시의원들을 자극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느닷없이 쏟아진 말은 그 자리에 함께 했던 모두를 곤혹스럽게 했을 것이다.

말하기 전에 한 번만 생각하고 잠시라도 멈칫해 봤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말의 습관이 나쁜 사람은 입에서 나오는 말소리의 속도가 빠르다.

머릿속으로 생각을 먼저 한 후 말을 해야 하는데 대부분이 그렇지가 않다. 말이 많다 보면 분명 어디에선가 문제가 생기기 일쑤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내뱉기에 급급하기보단 상대의 말에 먼저 귀 기울이고 진지하게 들어주는 자세가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가 아닐까 싶다.
피재윤 경북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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