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무대 공포증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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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1-05  |  수정 2024-11-05 07:00  |  발행일 2024-11-05 제23면

지난 주말 '작은 도시' 문경에서 연극 한 편이 공연됐다. 이 도시의 유일한 극단의 정기공연으로 몇 개월을 준비해 시민들에게 선보인 자리였다. '구경'이라는 제목으로 80대 노모와 50대 치매 걸린 딸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 작품이다. 무대를 꾸미고 연출과 조명, 음향, 미술 등 모든 것을 문경 사람의 손으로 해결했고 배우도 문경 시민이 맡아 열심히 연습했다.

하지만 이 배우들은 이날 무대에 올라서지 못했다. 공연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무대에 올라갈 엄두를 못내 연기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결국, 협업 관계인 포항의 극단 배우들이 공연했다. 문경 배우들은 연극 연습을 시작할 당시 문경 문화계의 새 역사를 쓴다는 마음으로 나섰지만, 시간이 갈수록 무대 공포증을 이기지 못하고 중도에 그만둔 것이다. 누구나 남 앞에 선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이들이 조금 더 용기를 내 서툴더라도 공연을 진행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앞서 '작은 도시'를 내세운 것은 연극이라는 문화가 뿌리내리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부부의 열정으로 지난해 처음 문경에 극단이 만들어지고 연극협회도 발족했다. 하지만 공연할 장소도, 연습할 곳도 마땅치 않았다. 문경시 공연장은 소규모 연극에는 무대와 방청객과의 거리나 조명이 맞지 않고 전용 극장이 없는 탓에 연습장 구하기는 더 힘들었다. 이러한 실정에도 극단은 벌써 내년 공연작을 준비하고 반드시 문경의 배우를 무대에 올리겠다는 다짐을 한다. 연극은 관객과의 소통이며 바쁜 일상의 쉼표 역할을 한다. 이들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도록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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