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손가락 말고 달을 보라니까

  • 마창훈
  • |
  • 입력 2024-11-21  |  수정 2024-11-21 07:01  |  발행일 2024-11-21 제22면

[취재수첩] 손가락 말고 달을 보라니까
마창훈기자〈경북본사〉

"달을 보라고 손가락질했더니, 달은 아랑곳하지 않고 가리키는 손가락만 탓하더라."

보라는 달(본질)은 애써 외면한 채, 손가락(현상)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는 대한민국 국회 국감장 분위기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에서 내로라 하는 명망가와 지식인, 그리고 특정 분야에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집단인데, 왜 이렇게 박한 평가를 받는 것일까.

경력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고등교육기관에서 석·박사 학위는 기본이고, 당선되기 직전 신분 역시 우리 사회에서 신망받는 직종에 종사한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대부분이 고위 공직자 출신이거나 학자, 의사, 약사, 판·검사 출신, 그리고 안보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도 눈에 띈다.

이렇다 보니 이들이 국회나 국감장에서 마이크만 켜면, 앞뒤 없는 전차처럼 돌격대를 자처하며 난동에 가까운 행패를 부리는지 궁금한 것도 사실이다.

특히 최근 여당 소속 일부 국회의원들이 국감장에서 펼친 행태를 되짚어 보면, 야당이 주장하는 '검사 탄핵'이나 '김건희 특검' 등과 같은 의제에 대해서는 잘 훈련된 사냥개 마냥 '무조건 반사' 수준의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기 일쑤다.

이처럼 유권자들의 따가운 시선에도 아랑곳없이 본질과 동떨어진 이야기로 상대방을 자극하면서 불필요한 논쟁을 촉발하는 등 정쟁만 일삼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대체 누가 이들에게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는 말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저잣거리 시정잡배처럼 밑바닥을 보여주라고 강요한 것인지, 정말 궁금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사실 국감장에서 고성과 억지를 남발하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도 모자라, 파행을 유도하는 일부 국회의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이 지역 정서와 결합한 공천을 기반으로 비교적 손쉽게 여의도에 입성한 점이다. 자연히 공천보다 지역 유권자와 교감이 1순위인 수도권 출신 국회의원과는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공천이 곧 당선을 의미하는 영남권 출신 국회의원에게 있어 1순위는 당선증(공천권)을 쥐고 있는 당 지도부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사태가 빚어진 이면에는 후보가 살아왔던 과정이나 정치적 지향점과 성향 등에 대한 검증은 소홀히 한 채, 혈연·지연·학연 등에 얽매여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며 '정말 가볍게 행사한 한 표'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마창훈기자〈경북본사〉

기자 이미지

마창훈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