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실패연구소

  •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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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1-22  |  수정 2024-11-22 07:18  |  발행일 2024-11-22 제27면

하타무라 요타로 도쿄대 명예교수는 실패학 전문가다. 실패의 속성을 과학적·체계적으로 분석한 저서 '실패를 감추는 사람, 실패를 살리는 사람'은 2000~2001년 일본의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기업과 조직의 '실패학 신드롬'도 거셌다. 실패의 경험에서 성공 방정식을 찾아내는 게 실패학의 매력이다.

올해 설립 3주년을 맞은 카이스트 실패연구소가 화제다. 실패연구소는 지난 8일부터 2주간을 '실패 주간'으로 정하고 '망한 과제 자랑대회' '실패 에세이 공모전' 등 실패 사례를 까발리고 공유하는 행사를 열고 있다. 카이스트는 성적에 따라 수업료를 차등 징수하면서 과도한 경쟁 분위기가 조성되고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문화가 만연했다. 하지만 실패연구소 설립 후엔 달라졌다고 한다. 학생들은 "실패 경험을 공유하며 지혜를 얻고 두려움도 떨쳐냈다"며 반색했다.

미국의 창업자 평균 연령이 40대 중반이고, 실리콘밸리 하이테크 창업자는 50대가 압도적으로 많다. 경험이 풍부하고 온몸으로 실패를 겪어본 사람들이 창업을 한다는 의미다. 노벨과학상 수상자들은 대개 수천 번 실패한 이력이 있다. 조성호 카이스트 실패연구소장의 말대로 "실패를 경험해보지 않은 게 진짜 큰 실패"일지 모른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과학특별보좌관을 지낸 이정도 서울대 교수는 저서 '축적의 길'에서 "실패는 값진 축적"이라고 했다. 실패에 관대해야 재도전을 고무할 수 있다. 실패는 '실력과 패기'의 줄임말이란 신박한 뜻풀이에 새삼 공감한다. 박규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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