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윤 칼럼] TK와 탄핵정국…박세현, 이주호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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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2-13  |  수정 2024-12-13 06:59  |  발행일 2024-12-13 제27면

[이재윤 칼럼] TK와 탄핵정국…박세현, 이주호 주목
이재윤 논설위원

보수 텃밭 TK에서 더불어민주당(39.9%·갤럽·9일)과 국민의힘(34.6%) 정당 지지도가 역전한 건 이변이다. 민주당으로선 기적이고 국민의힘에겐 변괴다. 다른 조사(공정·10일)에선 탄핵 '찬성'(64.0%)이 '반대'(29.6%)를 2배 이상 압도했다. 보수의 마지막 보루마저 흔들리고 있음을 뜻한다. 차기 대통령 적합도(미디어리서치·10일)는 더 놀랍다. 이재명 44.8%, 한동훈 12.8%. 서로 다른 기관의 각기 다른 조사였지만 흐름은 비슷했다. 착각은 마시라. 이런 데이터가 TK 여론을 정확히 반영하거나 지속하리라 여기면 오산이다. TK 여론은 귀소본능이 매우 강하다.

대구경북은 소용돌이 한복판에 섰다. '정치의 사법화' 기류 속 최종 심판자 조희대 대법원장(경주)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계엄 수사의 향방과 검찰의 운명은 박세현 특별수사본부장(구미)의 손에 달렸고, 어제 임명된 고창준 육참총장 직무대리(청도)는 대구 소재 육군 2작사사령관을 겸하며 위기의 국가안보를 책임지게 됐다. 여권 '빅 스피커'로 재등장한 홍준표 시장과 이철우 도지사의 행보는 예사롭지 않다. 권력 공백기는 TK 빅2가 정치적 모색을 할 적기다. 추경호(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달성) 김상훈(정책위의장·서구) 이주호(사회부총리·대구) 박성재(법무부 장관·청도) 김문수(고용부 장관·영천) 박안수(전 계엄사령관·청도) 여인형(전 방첩사령관·울릉) 조지호(경찰청장·청송) 김봉식(서울경찰청장·대구) 이진숙(방통위원장·성주) 류희림(방통심의위원장·대구)은 거친 탄핵 풍랑에 맞서 고전 중이다. 뭇매 맞을 각오로 "탄핵 찬성"이라며 커밍아웃한 김상욱(국민의힘·울산 남구갑)의 고향은 실은 의성이다. 민주당 투톱(이재명·박찬대) 모두 안동이 본인 또는 선대의 고향인 건 익히 알려진 사실. 탄핵 공·수의 선봉이 다 TK 출신인 건 역사의 아이러니다. 김부겸(상주) 유승민(대구) 유시민(경주) 이준석(대구·등록기준지)은 향후 여·야 '플랜B'의 주요 등장인물이 될 터이다.

'지정생존자(指定生存者)'는 대통령, 정부 각료들이 한꺼번에 몰살당하는 최악 상황이 닥치면 즉시 대통령직을 이어받아 행정부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예비된 인물을 가리킨다. 미국법은 이를 공식 규정한다.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2019년)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역할이다. 현직 대통령의 구속이 현실화하고 있다. 구속이 '대통령의 사고' 상황으로 간주 되면 누군가 권한대행을 맡는다. 국무총리? 그는 피의자 신분이다. 계엄 국무회의 참석자는 계엄 찬반과 무관하게 권한대행에 부적합하다는 게 학계 다수 의견이다. 국무회의 참석자 11명 모두 소환 통보를 받은 상태다. 총리 다음 서열인 기재부 장관은 계엄에 반대하며 회의실을 뛰쳐나갔다지만 그 역시 '참석자'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어떤 이유인지 이주호 부총리는 현장에 없었다. 그가 다음 서열이다. 뜻하지 않게 향토의 청구고 출신이 '지정생존자' 유력 후보가 됐다.

국민의힘 의원 108명 가운데 1/3 안팎이 TK 연고자다. 자칭 '대통령의 멘토' '술친구'가 넘쳤던 곳 또한 TK다. 계엄·탄핵 정국에 TK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역사의 평가가 두려워진다. 이 모든 소용돌이가 지난 후 보수 쇄신과 재건 역시 대구경북이 짊어진 굴레이자 책무다. 여기엔 명징한 명제가 있다. 텃밭 TK부터 변해야 보수가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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