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북 성주에서 플라스틱 압연공장을 운영하는 성진수(53) 대표는 최근 채용인원의 20%를 줄였다. 정년 이후에도 꾸준히 고용해 왔던 현장직 근로자 중 8명의 계약을 해지했다. 성 사장은 "올 들어 매출이 20~30% 이상 줄어든 데다 내년 전망도 어두워 허리끈을 졸라매야 했다"면서 "오랫동안 함께한 숙련된 경력자를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 실감나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2. 중국에서 생활용품을 수입하는 김대경(56·가명) 사장은 요즘 거래처에 납품가 인상에 따른 양해 전화를 돌리기 바쁘다.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불안하던 환율이 요동치면서 수입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공장 요구로 현금 거래를 해오던터라 환율 상승에 무방비로 노출됐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생활필수품이 아닌 이상 가격이 10%가량 오르면 판매량은 5% 이상 줄어든다. 마진도 악화되고 매출도 감소하는 이중고가 현실화 됐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비상계엄 사태와 이어진 대통령 탄핵 정국이 내수 침체를 가속화 시키고 있다. 연말 특수를 기대하던 내수업계는 소비심리 침체에 내년 경기에 대한 불안까지 겹치면서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짙은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 특히 글로벌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기업들의 보수적 경영이 지역 내수 경기를 침체로 몰아가는 모습이다.
15일 동북지방통계청에 따르면 지역의 올 3분기 소매판매악지수는 대구 92.2, 경북 102.4로 각각 전년동기 대비 3.5%, 1.7% 감소했다. 대구의 경우 2022년 4분기 이후 8분기 연속, 경북은 3분기 연속 감소세다.
대구 대형소매점의 10월 소매판매액지수는 106.3으로 1년 새 4.7%나 줄었다. 백화점이 같은 기간 3.5% 줄었고, 대형마트의 경우 6.5%나 급감했다. 경기침체에 민감한 서민 주머니부터 닫히고 있는 것이다.
경북의 소비 부진도 심각하다. 10월 소매판매액지수는 78.7을 기록해 1년 새 11.4% 폭락했다. 대형마트 역시 비슷한 수준의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 2차전지·철강·전자제품 등 포항과 구미 등 대도시의 경기침체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미 소상공인들은 탄핵 이후에 대한 두려움을 직접적으로 체감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이달 10일부터 12일까지 1천6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 10곳 중 9곳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매출이 감소했다. 실제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 기간 2016년 4분기 97이던 소매판매액지수는 한 분기 만에 89.7로 급락했다. 소비자심리지수 역시 2016년 10월 102.7에서 2017년 1월 93.3까지 추락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역 기업들은 벌써부터 긴축경영에 돌입하고 있다. 15일 대구상공회의소가 지역 기업 225개 사(社)를 대상으로 2025년 경기 전망을 조사한 결과, 절반 가량이 '내년 경기가 부진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답했다. 내년 경영전략 방향 역시 '안정화 전략'(48.9%)을 선택한 기업이 '성장 전략'(17.3%)을 선택한 곳보다 3배 가량 많아 긴축경제가 불가피한 것으로 내다 봤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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