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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다음 날인 15일 대구 중구 동성로를 방문한 시민들이 댄스 학원 수강생들의 랜덤 플레이 댄스를 관람하며 평범한 휴일을 즐기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14일 국회에서 가결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2004년)·박근혜 전 대통령(2016년)에 이은 헌정사상 세 번째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이다. 본격적인 탄핵정국에 들어선 지금, 지역사회와 지역민이 마주해야 할 문제들을 짚어봤다.
◆대구시 등 지자체 현안 영향 "관측 엇갈려"
대통령 탄핵안 가결 후 대구시 등 각 지자체들이 추진하는 현안 사업들에 대한 향후 기상도와 관련해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TK) 행정통합이나 TK신공항 건설 사업이 대표적이다.
지역 관가 일각에선 정치적 혼란 속에 굵직한 현안 사업 추진도 사업 완료가 연기되는 등 크고 작은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자체의 추진 의지와 별개로 국회와 정부가 혼란스러운 탓에 사업 표류 가능성이 있다는 것.
지역의 한 공무원은 "다른 위기도 아니고 정부 부처가 모두 영향을 받는 탄핵 관련 문제가 발생했다. 혹시 정부 부처가 각종 지자체 사업 추진에 소극적일 수 있어서 요즘 우려감 속에서 계속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일각에선 사업의 '현실 적합성'과 '정치'는 별개라며, 탄핵정국이 사업 추진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추진 명분이 있는 지자체 사업을 정치적 이유로 중단시키면 역풍이 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중앙부처 소속 한 공무원은 "현실 적합성이 높고 추진 명분이 분명한 지자체 사업의 경우, 탄핵 이슈 탓에 일시적 일정 연기 등이 발생할 순 있겠지만, 사업 추진 자체에 큰 타격을 주진 않을 것"이라며 "정치적 혼란에 행정시스템이 흔들려선 안 된다고 본다"고 했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지난 13일 "TK통합을 차질없이 지원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탄핵정국 속에서도 TK통합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행안부는 지방시대위원회·대구시·경북도와 이날 실장급 회의를 열고, TK통합 추진 방안과 일정 등을 재차 확인했다. 북부권 발전 방안 및 통합 모델 등도 함께 논의했다.
행안부와 지방시대위원회는 "TK통합을 지원하기 위해 관련 부처들로 '범정부 협의회' 구성을 준비하고 있다. 추후 협의회에서 정부 차원의 통합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통합법률안 입법도 지원하겠다"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구시 핵심사업은 계획대로 확고히 추진하겠다. TK 통합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경북도도 흔들림 없이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
◆어수선한 정국 속 음모론·사상검증 피로감도 남아
이번 탄핵안 가결이 모든 국민에게 단순히 환호의 의미로만 비쳐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하나의 위기를 넘기고, 하나의 독을 도려낸 것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탄핵 후 엄습할 우려스런 상황에 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음모론 망령과 사상검증 피로감이다.
비상계엄 사태를 두고 극단적인 유튜브 등에서 양산하는 음모론이 한 원인이 아니냐는 의혹과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이들 중에서도 사실 여부가 불분명한 각종 음모론을 만들어내는 모습이 보인다. 특정 정치인에 대한 극단적 지지와 이를 통해 돈을 버는 사람들이 양산해내는 음모론·가짜뉴스는 대통령의 탄핵 가결 전후 더 활개를 치는 모양새다.
실제 사상검증의 폭력성을 또다시 마주했다는 시민도 적잖다.
15일 오후 대구 동성로에서 만난 한 30대 시민(달서구)은 "이번 탄핵 정국 속에 유명인을 비롯해 국민이 또 다시 사상검증을 당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라며 "이른바 '집회·광장 정치' 등에 회의감을 느껴 탄핵 촉구 집회에 가지 않았다. 대통령 탄핵에 누구보다 찬성했으나 '작금의 대한민국에서 반드시 집회로 정치적 의견을 표출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말을 하면 안 될 분위기"라고 했다.
50대 시민(동구)은 "이번 탄핵 사태로 진영론과 특정 지역 비하가 더 심해지진 않을까 많이 우려된다. 비상계엄 선포 때는 너무 충격을 받아 잠을 이루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 후의 정치 싸움을 볼 생각을 하니 피곤·답답해서 잠이 안 올 것 같다"며 "서로 '네 탓'만 할 게 아니라, 자라나는 세대를 위해서라도 정치권과 그 주변의 자성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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