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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천기자〈산업팀장〉 |
"한번도 어렵지 않은 적이 없지만 폐업을 고민하게 만들 만큼 추운 겨울은 올해가 처음인 것 같아 답답하다."
최근 작은 모임을 가진 대구 진천동의 한 식당 주인이 '장사는 잘 되시냐'는 기자의 인사말에 한숨을 쉬며 한 말이다. 12월의 세 번째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단체 모임들로 들썩여야 할 내부는 휑하고 썰렁했다. 독립된 넓은 방과 주방을 맡고 있는 주인의 음식솜씨로 인해 거의 10년 이상 단골처럼 찾는 곳이지만 올해는 '코로나 팬데믹' 때보다 심각해 보였다.
소상공인들에게 올해 겨울은 유난히 춥고 길게 느껴지는 모습이다. 연말인데 연말 같지 않다. 예년 같으면 송년과 신년 성수기를 보내고 있을 시기지만 올해는 다수의 복합 악재가 내수경기를 움츠리게 하고 있다.
수년간 다양한 분야의 소상공인들을 만나면서 느낀 건 이들에게 남다른 '경기촉'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하나같이 '전례 없는 불경기'라는 말을 자주 하고 있다. 대구에서 인쇄업을 하는 사람은 "이달 직원 급여를 주고 나니 통장 잔고가 회사 관리비 낼 돈도 남지 않아 깜짝 놀랐다"면서 "올해 초 갚은 보증대출을 다시 신청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경북 성주에서 플라스틱 사출업체를 운영하는 대표 역시 "제품이 부족해 24시간 3교대로 공장을 돌려야 할 시기에 가동률이 40%도 되지 않는다"면서 "길고 긴 빙하기 같은 불경기를 견뎌야 할 것 같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들의 하소연이 단순한 엄살로 치부할 수 없다. 실제로 한계치에 다다른 소상공인의 폐업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기중앙회의 소상공인 폐업 공제금 지급 규모가 1조3천억원을 넘기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용보증재단이 소상공인의 연체 부채를 대신 갚는 대위변제금은 2022년 5천76억원에서 올 10월까지 2조원을 넘겼다.
계엄·탄핵 리스크뿐 아니라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무역 환경 악화, 자동차·철강 등 지역 주역산업의 부진 등으로 추운 겨울은 불가피하다. 다행히 대한상공회의소는 공문을 통해 연말연시 모임 행사 진행을 요청했다. 또 △연말·연시 모임 행사 진행 △임직원 잔여연차 사용 △국내에서 겨울 휴가 보내기 △지역 특산물 구매 장려 △온누리 상품권 구매·지급 동참도 당부했다.
몸이 춥다고 마음까지 움츠러들 필요는 없다. 항상 그렇듯 정치가 하지 못한 것은 경제가 하면 된다. '일류'를 논할 필요도 없다.홍석천기자〈산업팀장〉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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