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국민과 환자는 힘이 없다" 끝없는 의정 갈등에 시민들 무력감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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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1-07 11:04  |  수정 2025-01-07 11:35  |  발행일 2025-01-07
국민 70% "의정 갈등에 피로감"…상당수 국민 "무력감"

투병 중 시민과 가족들 타는 가슴 "덜 불안하게 치료받기를"
일반 국민과 환자는 힘이 없다 끝없는 의정 갈등에 시민들 무력감
지역 한 항암센터에서 치료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환자와 그 가족들. 독자 제공

수년째 암 투병 중인 대구시민 A씨와 그 가족들은 요즘처럼 무력감을 느꼈던 때가 없다. 중한 병으로 투병하는 환자들의 시간은 건강한 사람들의 시간과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의정 갈등의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가고 있다.

A씨와 가족들은 해를 넘어가며 장기간 이어진 의정 갈등 속에 속만 타 들어갈 뿐이다. A씨는 "의정 갈등 이후 항암센터를 찾는 환자들이 얼마나 불안하고 무력한 시간을 보내야 했는지 모른다"라며 "'지금 다니고 있는 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해주는 게 어디냐' 그렇게 위로하면서 버티고 있는데, 솔직히 힘들다"고 말했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국민 대다수가 피로감과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7일 서울대 보건대학원은 지난달 20∼24일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보건의료 개혁 정책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7.6%는 '의사 인력의 지역과 진료과별 배치 불균형은 심각한 문제'라고 답했다.

한국의 의사 수에 대해서는 과반인 57.7%가 '모자란다고 생각했다'고 답했고, '적정하다'는 26.9%, '생각해 본 적 없다·의견 없다' 8.9%, '적정 수준 초과한다' 6.5%였다.

2025학년도 대입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2천명 늘린 기존 정부안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29.0%가 '증원 시기와 규모 모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응답자의 27.2%는 '증원 시기와 규모 모두 정부안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34.8%는 시기와 규모 중 하나만 동의했다.

국민 대다수(69.0%)는 정부와 의사집단의 갈등은 막을 수 있었다고 봤지만, 응답자 과반(54.0%)은 현 상태로는 의정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의정 갈등으로 인해 스트레스나 피로감을 느낀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70.0%에 이르렀다.

의정 갈등 장기화가 본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냐는 질문엔 88.0%가 '그렇다'고 답했고, 이중 52.4%는 '불안감과 우려 등 심리적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69.6%는 의정 갈등 조정과 해결에 국민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봤다. 그러나 응답자 75.1%는 '일반 국민과 환자는 의정 갈등에서 소외되기 쉽다', 74.5%는 '의정 갈등 조정에 일반 국민과 환자는 힘이 없다'고 답해 의정 갈등 문제 해결에 무력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이 중증질환으로 투병 중인 30대 직장인(대구시 북구)은 "하루 빨리 환자들이 덜 불안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한다. 새해 소망은 그것 밖에 없다"고 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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