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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지음/경북대출판부/409쪽/2만9천원 |
경제 분야에서도 작년에 큰 주목을 받았던 '상법 개정' 문제가 해를 넘겼다. 재계의 강력한 반발이 잇따르자 정부는 추진을 철회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물러섰고, 법안 개정은 주춤한 상태다.
상법 개정 문제는 복잡한 논리로 가득할 것 같지만, 본질은 의외로 간단하다. 상법 개정을 찬성하는 쪽은 법 개정을 통해 그간 번번이 외면받아 왔던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게 되고,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외국의 부정적 인식,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까지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상법 개정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법 개정으로 행동주의펀드의 경영권 탈취 시도가 빈발할 것이고, 기업은 이에 대한 방어로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어 성장이 저해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렇듯 상법 개정은 법과 경제가 묘하게 얽혀 있는 문제이다 보니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는 어느 쪽 주장이 맞는지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런 상황 개선에 도움이 될 만한 책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이상훈 저, 경북대출판부)가 최근 출간됐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기존 법리의 문제점(제1부)과 그 원인(제2부), 해외 입법 사례 분석(제3부), 상법 개정으로 얻을 수 있는 기대효과(제4부)를 학문적 토대 위에서 풀어내고 있다. 저자인 이상훈 교수(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는 오랫동안 상법 개정 문제에 천착해 온 학자답게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를 확대해야 하는 이유뿐 아니라, 상법 개정 반대 주장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명징한 논리로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법은 '최소한의 상식'이다. 그리고 이 상식은 시대와 장소, 그리고 그 시대와 장소를 사는 사람들의 생각 수준에 따라 조금씩 변화한다. 이 책은 근 60여 년간 변화 없이 유지되어 온 상법에 대한 우리의 기존 상식을 조율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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