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창문 너머로…'침팬지 대가' 제인 구달이 곰베서 보낸 30년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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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1-10  |  수정 2025-01-10 08:51  |  발행일 2025-01-10 제19면
야생 침팬지 연구·보호 활동 65주년

곰베 침팬지의 전쟁·학살·우정 등

30년 연구 담아 1990년 첫 출간 이어

20년간 후일담 더해 집대성한 古典

[신간] 창문 너머로…침팬지 대가 제인 구달이 곰베서 보낸 30년
'창문 너머로 : 곰베 침팬지와 함께한 30년'은 1990년 처음 출간됐으며, 이번에 발간된 책은 그 20년 후의 이야기까지 더해 현장 연구를 집대성한 과학의 고전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레드 리스트 멸종 위기 등급에 속한 침팬지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척이다. 얼마 전 막스 플랑크 인간 인지 및 뇌과학 연구소는 야생이나 동물원에서 자연적으로 사망한 침팬지의 뇌를 검사할 수 있는 새로운 단층 촬영 방법을 이용해 침팬지 뇌 구조를 보여주는 고해상도 MRI 데이터 지도를 공개했다. 이를 인간의 뇌와 비교하며 인류 진화 과정에서 뇌가 발달한 과정을 밝히는데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일찍이 1960년 탄자니아 곰베 국립공원에서 제인 구달이 시작한 야생 침팬지 연구는 과학계가 침팬지와 인간이 생물학적으로만이 아니라 지능과 행동 면에서도 닮았음을 인정하는 계기가 된 바 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제인 구달의 연구를 두고 20세기 가장 위대한 과학적 업적으로 평하기도 했다. 이러한 제인 구달의 야생 침팬지 연구 및 보호와 교육 활동도 어느덧 65주년을 앞두고 있다.

[신간] 창문 너머로…침팬지 대가 제인 구달이 곰베서 보낸 30년
제인 구달 지음/이민아 옮김/사이언스북스/472쪽/3만원

제인 구달의 초기 10년의 연구를 정리해 1971년 발간된 '인간의 그늘에서'에 이어 30년의 연구를 담은 '창문 너머로 : 곰베 침팬지와 함께한 30년'은 1990년 처음 출간됐으며, 이번에 발간된 책은 그 20년 후의 이야기까지 더해 현장 연구를 집대성한 과학의 고전이다.

책 본문 중 "곰베 연구 50주년이 되었어도 침팬지의 삶에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는 사항이 너무나 많다. 나는 희망한다. 이 놀라운 종을 보호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성공하기를, 곰베 침팬지의 생애를 추적하는 다음 세대 연구자들의 새로운 발견이 계속해서 이어지기를"이라는 문구는 이 책의 성격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창문 너머로'라는 제목은 우리가 세계를 바라보고 의미를 찾는 창에서 유래했다. 수많은 창문 중에서도 과학이 연 창을 통해 우리는 인류의 지식이 닿지 않던 영역까지 더 멀리, 더 명확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제인 구달이 곰베에 닿은 이래 침팬지의 행동을 배울 수 있었던 것도 그러한 창문을 통해서다. 동시에 그 창문은 인간 행동의 여러 측면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끔 했으며, 우리가 자연계에서 침팬지와 인간이 놓인 자리를 인식하는 통로가 되기도 했다. 과학자들의 창문 말고도 철학자, 신비주의자, 종교 지도자들의 창문도 있다. 즉 우리는 자신의 존재와 관련해 풀리지 않는 물음을 떠올릴 때 이러한 창 가운데 하나를 통해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우리가 내쉰 숨으로 흐려진 유리창으로 인해 우리 시야마저도 좁아지곤 한다.

제인 구달은 침팬지의 관점을 중요시했다. 자연 속에서 홀로 지내 본 사람에게 문득 찾아오는 순간과 숲 속 벌레와 새들의 날갯짓 등 경이로운 광경을 침팬지만이 알 수 있는 창으로 바라보려 했다.

책은 20장에 걸친 침팬지의 생태 및 '그후 이야기' '부록'으로 구성돼 있는데 곰베 야생 침팬지의 전쟁과 학살, 그리고 우정과 가족애 등 다양한 부분을 다뤄 눈길을 끈다. 책 후반부의 '그후 이야기'는 '창문 너머로'가 출간된 후 20년에 걸쳐 변화해 온 곰베 침팬지 가족들의 후일담을 전한다. 부록 '비인간 동물의 이용에 대한 몇 가지 생각'과 '침팬지 보호 운동과 보호소'는 침팬지를 비롯한 비인간 동물들에게 자행되는 실험이 윤리적으로 용인됐던 관행에 맞서 대안적인 기술을 도입해 환경을 개선하는 한편, 인식의 변화를 거듭 촉구하는 장이다.

침팬지들은 야생에서, 혹은 포획당해 갇혀 살아가며 인간의 이해와 인식에 기여해 왔다. 세계적 침팬지 연구가인 제인 구달은 이 놀라운 종족을 보호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성공하기를 희망하며, 독자들을 곰베 풀숲의 아침으로, 실험실 철창 너머 어둠으로 안내한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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