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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호미술관을 운영 중인 권정호 작가가 미술관 계단에 설치된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대구미술 위상 확립에 심혈
80대 화백의 신천동 미술관
3월 중앙로역 화재 참사 등
'분지의 아픔' 전시 계획 중
교육 프로그램도 확대 예정
권정호미술관에 들어서자마자 관람객을 맞이하는 권 작가를 만날 수 있었다. 권 작가는 "사립미술관과 공립미술관의 역할이 다르다. 인구 200만 넘는 도시에 사립미술관이 없었던 것이 안타까웠다"며 권정호미술관의 존재 이유와 그 당위성에 대해 먼저 강조했다. 대구의 경우 대구미술관과 대구간송미술관이 있지만 이들 미술관은 대구의 미술과 지역 출신 작가들의 예술세계만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어 권 작가는 "공공미술관이 다루는 예술세계의 범위는 다양하고 전시의 폭도 넓지만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한 작가들의 활동을 알리기에는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대구지역 대학들은 전국에 미술대학이 몇 없던 시절부터 수많은 작가를 배출해 왔다. 이러한 대구의 미술 역사를 기억하고 기념하는 곳이 바로 권정호미술관"이라고 덧붙였다.
권정호미술관의 또다른 목적은 대중 속으로 파고드는 미술의 확산이다. 이를 위해 권정호미술관은 기존 전시와 더불어 교육 프로그램 확대를 계획 중이며 지역의 역사와 관련한 전시도 준비 중이다. 권 작가는 "앞으로는 전시뿐만 아니라 미술교육에도 관심을 가지려 한다. 특히 오는 3월에는 중앙로역 화재 참사 등 대구의 사건을 담은 '분지의 아픔(가제)' 전시를 계획 중이다. 하반기에는 '신형상 미술'을 영위한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 작가는 "사립미술관 특성상 살림이 녹록지 않지만 관람료 할인 등 미술관 문턱을 낮출 방안도 고민 중"이라고 부연했다.
권정호미술관 5층은 권 작가의 작업실로 활용 중이다. 경북 경산 하양에 권 작가의 또다른 작업실이 있지만, 미술관 운영 탓에 자주 방문하기 어렵다. 1944년생으로 80대에 접어들었지만 창작활동에 대한 권 작가의 열망은 여전하다. 작업에 대한 권 작가의 열망들은 미술관 곳곳에서 감지된다. 미술관 계단에는 인간 삶의 근본과 의미에 대해 깊이 고뇌한 권 작가의 스켈레톤(두개골)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권 작가는 "그림은 전달 매체다. 무엇을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그림의 목적이다. 지금도 미술관 관장이라는 직함보다 작가 권정호로 불리고 싶다"며 향후에도 꾸준히 작업을 이어갈 것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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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구 신천동 권정호미술관 전경. |
1944년 대구에서 태어난 권 작가는 계명대와 동 대학원, 미국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했다. 한국의 근대미술과 서구 모더니즘을 접목해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확립했으며, 대구미술의 위상을 확립하기 위해 전 생애에 걸쳐 집념을 쏟아부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사진=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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