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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오<달서아트센터 문화기획팀장> |
전통예술은 한 사회의 뿌리와 정체성을 담고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전통예술은 단순히 과거의 유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한 사회의 뿌리를 이루는 정체성이며, 그 안에 담긴 가치는 세대를 넘어선다. 그렇지만 전통도 변화와 혁신이 없으면 시간이 흐를수록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과거의 가치를 되새기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며, 전통을 계승하되 새로운 시대에 맞게 재해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서양미술 도입의 역사가 100여 년 밖에 안되지만, 많은 예술가의 노력과 헌신으로 한국미술의 가치를 작금의 위치로 드높일 수 있었다. 하지만, 수천 년 동안 우리의 정신과 문화를 담은 전통미술에 대한 관심은 점차 약화되며 계승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술이 소실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 전통예술의 명맥을 이어온 예술가들에 의해 국내보다 해외에서 우리 미술의 아름다움을 더 인정받는 모습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런 다양한 발전에 대해 필자는 몇 번의 기획전시로 가능성을 타진해 보았다. 2023년 무형문화재와 현대공예를 같은 공간에 전시하며 옛것을 익히고 계승하는 전통예술, 그것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도를 도모하는 현대예술을 함께 선보였다. 선조들의 삶의 지혜와 미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작품, 이를 단순히 보존하는 것을 넘어 그 안에 깃든 철학과 감각을 현대의 맥락에서 다시금 조명하는 전시였다. 그리고 국제적인 관점에서 접근해 보았다. 2024년 미국 작가 브래드 어반 테일러(Brad Evan Taylor) 전시를 통해 작가가 과거 한국에서 6년 동안 교수로 재직할 때 한국의 자연에서 받았던 영감을 현상학적으로 재해석한 세라믹 조각을 전시하였다. 우리나라 전통예술의 주된 재료인 세라믹이 현대적인 조각 예술로 변모되는 과정들을 보여주며 전통예술의 새로운 발전적 대안으로 제안코자 하였다.
올해 또 다른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 전통 민화 작품을 미디어아트로 재해석한 전시로 익히 새로운 콘텐츠는 아니지만, 지역 민화작가 권정순의 작품으로 계명대 실감미디어단, 대구 스타트업 루프세터 그리고 달서아트센터가 함께하는 지산관학 프로젝트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이는 것을 넘어 지역의 전통예술, 대학, 산업, 기관이 함께 성장하기 위한 협업 모델인 점이 중요하다. 수도권에 치중된 융합 콘텐츠 제작의 한계를 넘어, 지역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지금까지 개별 영역으로 여겨졌던 분야의 가능성을 발견하고자 하였다. 전통예술은 과거의 유산인 동시에 현재의 자산이며 미래의 가능성이다. 이는 예술적 영역을 넘어 우리의 정체성을 재발견하고, 세계 속에서 우리의 위치를 더욱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조동오<달서아트센터 문화기획팀장>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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