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악수도 안받고…새삼 드러난 계엄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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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2-13  |  수정 2025-02-13 07:00  |  발행일 2025-02-13 제23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다루는 헌법재판소 심리 과정은 한국 정치의 민낯을 새삼 드러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 탄핵심판 사건 7차 변론기일에서 계엄의 정당성을 피력하면서 여러 소회를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특히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을 하면 아무리 미워도 얘기 듣고 박수 한 번 쳐주는 게 대화와 타협의 기본이다. 제가 취임하고 갔더니 아예 로텐더 홀에서 퇴진 시위를 하고 본회의장에 들어오지도 않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들어는 왔는데 전부 고개를 돌리고 있고, 제가 악수하려 하니까 거부하면서 심지어 저에게 '빨리 사퇴하세요'라고 말한 의원도 많았다"고 했다. 이번 계엄사태의 배경에 여야 협치의 실종,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무시 전략'이 근저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 발언이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담화문에서 국회의 탄핵 남발과 예산안 일방 삭감을 거론하며 국회가 패악질로 범죄자 소굴이 됐다고 공격했다. 그 취지에 전부 동의하지는 못하더라도 윤 대통령의 이번 헌재 발언을 감안하면, 한국 정치가 얼마나 '몰(沒)협치'의 관행에 빠져 마주 달리는 기관차가 됐는지 돌아보게 된다. 악수란 상대를 인정한다는 최소한의 생활 에티켓이다. 이런 사소한 행위조차 거부하는 것이 한국정치의 현실이 됐다면 우리의 민주주의는 더 이상 전진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대통령 탄핵은 찬반을 떠나 불행한 일이다. 민주 국가라면 있지 말아야 할 정치적 사건이다. 지금이라도 서로 선(線)을 지켜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기본부터 훼손당하지 않도록 절제해야 한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탄핵에 희희낙락한다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비상계엄의 위험성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자성을 가슴에 담아야 한다. 그게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복원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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