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기획] 대구 덮친 '기획부동산' 사건 <상>범죄일람표 분석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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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2-17  |  수정 2025-02-19 07:28  |  발행일 2025-02-19 제3면
대구 곳곳서 기획부동산 운영 일당 최근 '중형' 선고

범죄일람표 분석해보니...온갖 현란한 말로 땅 팔아

"고위층도 투자" "아파트, 학교, 도로 생긴다" 등 멘트
[심층기획] 대구 덮친 기획부동산 사건 범죄일람표 분석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대구시민 등 다수를 속여 막대한 돈을 편취한 기획부동산 업자 일당에게 최근 법원이 중형을 선고(영남일보 2월17일자 6면 보도)했다.

'기획부동산'이란 부동산을 이용해 마치 경제적인 이득을 많이 얻을 수 있을 것처럼 조작해 투자자들로부터 부당한 이득을 얻는 행위를 하는 중개업자나 업체를 흔히 일컫는 말이다. 사실상 개발이 어려운 토지나 임야 등을 싼값에 사들여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광고해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게 기획부동산의 대표적 행태다.

기획부동산 관련 범죄는 쉽게 근절되지 않는 유형이며, 계속 진화하고 있다. 언제든 사람의 약한 고리를 파고들어 경제·정신적 피해를 입힐 지 모른다.

이에 영남일보는 기획부동산 사건과 관련된 기사를 기획 시리즈로 보도한다. 기획부동산 업자들의 범행 수법과 피해자들의 비참한 상황을 널리 알려 지역민들의 유사 피해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첫 순서로 최근 1심 선고가 난 기획부동산 사건의 '범죄일람표'를 분석해본다.


<상>기획부동산 사건 '범죄일람표' 살펴보니…
 

[심층기획] 대구 덮친 기획부동산 사건 범죄일람표 분석
대구시민을 울린 이른바 '기획부동산 일당'이 최근 법원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피해 예방을 위해선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17일 본지가 입수한 기획부동산 업자 A씨 일당의 범죄일람표에는 A씨 등이 지난 2013년부터 2020년까지 대구 동구, 달서구, 중구, 서구 등 대구 곳곳에 위치했던 기획부동산에서 수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토지 매매를 한 내용이 담겨 있다. 

  

A씨 등은 많은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경기도와 충남에 있는 토지를 팔았다. 피해자들은 A씨 일당이 토지 매매를 위해 사용한 과장되고 허위 정보가 담긴 말들을 진술했다.

 

다음은 범죄일람표에 나타난 기획부동산 업자들이 토지 매매를 위해 임직원을 교육하거나 고객을 현혹할 때 사용한 주요 '멘트'들이다.

"3천만원을 가지고 여러분들이 어디 가서 땅을 살 수 있나? 나를 믿고 땅을 사라. 땅을 사면 빠른 매도를 해주고 1년에서 3년 안에 3배 이상 가격이 오른다." "미군부대가 들어오고 서울에 있는 이태원 거리처럼 될 땅이 바로 우리 땅이다. 이 땅은 무조건 상업지가 된다. 2년에서 3년 사이에 몇 배는 벌 수 있다."

"사장님(A씨)이 유력 인사들에게 로비를 해서 상업지로 용도 변경이 되는 땅에 대한 정보를 입수해 온다." "대표님(A씨)이 정부 고위층을 잘 아는 사람이다. 정부 고위층도 우리 회사에 투자를 하고 있다." 

 

"대표님(A씨)은 개발지역의 유명 인사와 만남을 자주하는데 좋은 정보를 얻고 있다." "정부 고위 인사들에게 우리 회사 땅을 구경시켜 줬더니 좋은 땅이라고 했다. 고위 인사 조카도 우리 땅 200평을 구입했다."

"고객이 계약할 땅 부근은 차이나타운이 들어오고, 미군부대 이전으로 인해 국제학교가 들어온다. 그래서 지가가 상승하기 때문에 2~3배 가량 오른다." "이 땅 주변에 대형 아파트가 들어오고 주변에 큰 도로가 5개 생기며, 1~2년 안에 땅값이 2~3배 오른다."

"우리 회사 땅은 공공기관과 가까워서 개발이 빠르다. 바로 옆에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오고, 대박나는 땅이다." "우리 땅 건너편에 대형마트가 들어오고, 뒷편에 공장이 들어온다." "이 땅은 빨리 매도가 된다. 땅을 사서 가격이 올라가면 그 돈을 딸 결혼 자금으로 해라."

 

이 밖에도 범죄일람표에는 기획부동산 업자들의 현란한 '멘트'들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한편, 법원은 A씨 일당 사건의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은 달콤한 말로 사람들을 현혹시켜 이에 속은 이들에게 개발 가능성이 높지 않은 토지들을 마치 큰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처럼 속여 비싼 값에 팔아 판매대금을 편취했다"고 밝혔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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