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제보를 기다립니다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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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2-25  |  수정 2025-02-25 07:04  |  발행일 2025-02-25 제22면

[취재수첩] 제보를 기다립니다
노진실기자

최근 기자는 두 건의 강한 고발성 기사를 다뤘다.

하나는 대구 교육계가 연루된 '사교육 카르텔', 다른 하나는 대구시민들이 많은 피해를 입은 '기획부동산 사건'과 관련된 것이다. 너무 많은 고생을 하면서 쓴 기사들이라 그 의미가 남다르다. 기자는 일주일에도 수십 건의 기사를 작성한다. 기자의 이름을 단 기사가 온라인에서 연이어 쏟아진다. 하지만, 이 두 건의 기사는 지역사회의 어두운 면을 독자들에게 알린, 특별히 더 가치 있는 기사였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저런 기사들이 결코 쉽지 않은 기자 생활을 견디게 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꽤 묵직한 내용의 기사들이 보도되고 나면, 종종 '정보원'을 묻는 질문을 받곤 한다. 속된 말로 '빨대'가 누구냐는 것이다. 어디서, 어떻게 알았으며, 혹시 누군가 높은 사람이 정보를 빼준 것이 아니냐는 '떠보기식' 질문도 있다.

그럴 때마다 웃으면서 답해준다. "빨대는 나 자신이다"라고. "90% 이상 내 머리와 취재력과 노하우에 기반해 쓴 기사이니, 기사 완성의 빨대가 된 것은 나 자신 아닌가?"라고 농담 섞어 부연하면, 상대방도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질문을 멈춘다.

사실 기자의 정보원을 굳이 꼽자면, 같은 시기에 대구경북에서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필부필부(匹夫匹婦)'일 것이다. 기자처럼 그저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시작된 기사들이 대부분이다.

그렇지 않다면, 스스로 그렇게 가치 있는 기사들이라고 칼럼을 통해 소개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친한 후배기자들에겐 종종 말했지만, 기자는 어느 정도 경력을 쌓은 후부터 다양한 실험을 해봤다.

권력자와 그 측근들에게서 얻은 정보들로 쓴 기사, 평범하고 또 권력과도 거리가 먼 사람들의 진심과 절박함으로 쓰게 된 기사…. 어느 것이 더 기자에게 영예로운가.

오랜 시행착오 끝에 내린 결론은 후자 쪽이 훨씬 더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전자의 기사들은 '반짝' 관심을 끌 수 있고 때론 자극적인 정보를 담고 있지만, 기사로서의 생명은 짧았다. 또한 그런 기사들은 기자가 소신껏 발굴해 쓴 기사보다는 진실성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시작된 기사들은 달랐다. 작은 의혹과 가능성에서 시작해서 하나하나 확인을 거쳐 실체적 진실을 향해 간 기사들은 세상의 작은 희망이 됐고, 또한 나의 자부심이 됐다.

물론, 후자 쪽에 더 비중을 두고 기자 생활을 하려면 고된 것도 있다. 남들보다 좀 더 일찍 일어나야 하고, 많이 움직여야 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좀 더 의미 있는 기사를 쓰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러기 위해 이 자리를 빌려 부탁드린다. "당신들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노진실기자〈사회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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