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리 온상' 선관위 때늦은 사과…'셀프 개혁' 가능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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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3-06  |  수정 2025-03-06 07:05  |  발행일 2025-03-06 제23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4일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 비리와 복무 기강 해이에 대해 대(對)국민 사과를 했다. 이와 함께 국회 국정조사 등도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관위가 외부 통제 수용 의사를 내비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선관위의 때늦은 사과에 진정성이 있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감사원이 878건에 달하는 직원 채용 비리를 발표한 게 지난달 27일이다. 그런데도 선관위는 일주일가량 눈치만 보다가 국민적 분노가 극에 달하자 마지못해 고개를 숙였다.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통해 드러난 선관위의 민낯은 충격적이다. 일부 직원들은 동료의 자녀를 합격시키기 위해 면접 점수를 조작했다. 결격 사유가 있어도 채용한 사례도 있었다. 특히 선관위가 불법 채용을 고발하는 투서를 받고도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니 기가 찬다. 선관위가 '가족회사'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채용만이 아니다. 선관위 간부가 '세컨드폰'을 이용해 정치인들과 은밀히 연락한 것도 지극히 부적절하다. 선관위의 공정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가장 청렴해야 할 국가 기관이 비리 온상이 된 현실이 개탄스럽다. 그런데도 최근 헌법재판소가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의 직무감찰이 위헌·위법하다고 결정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선관위 특혜 채용 비리는 이미 2023년 5월에 불거졌다. 당시 선관위는 자체 감사를 통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했다. 하지만 말뿐이었다. 지난 2년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사실상 자정 능력을 잃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선관위의 셀프 개혁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근본적인 구조 개혁없이는 불신을 씻을 수 없다. 이번 기회에 선관위에 대한 외부 통제 장치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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