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절 근로자 라오스 청년 3人] "고향에 큰 집 짓고 다시 찾아"

  • 오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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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3-20  |  수정 2025-03-20 08:26  |  발행일 2025-03-20 제4면
경찰 출신도 韓서 농장일

[ 계절 근로자 라오스 청년 3人] 고향에 큰 집 짓고 다시 찾아

라오스 출신 계절 근로자 심마니 폰 삼폰(34)씨는 3년째 한 농장에서 일하고 있다. 19일 오전 경북 안동의 한 애호박 농장에서 만난 삼폰씨는 "이곳에서 열심히 일해서 예쁜 여자와 결혼하고 차도 산 뒤 나만의 사업을 하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자동차 정비사였던 그는 돈을 모아 고향에서 카센터를 운영하는 것이 꿈이다. 올해는 본국에서 동생 심마니 폰 센(25)씨도 함께 농장 일손을 돕고 있다. 고향에서 고구마 농사를 짓던 센씨는"일은 힘들지만, 매일 보람을 느끼며 일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배운 농업 기술을 토대로 라오스에서 농사를 크게 짓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라오스 경찰관 출신 파일락(33)씨는 작년 8개월간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한국을 찾았다. 그는 "지난해 일해서 번 돈으로 본국에 큰 집을 지었다"며 "평소 축구를 좋아하는데, 저녁마다 손흥민 경기를 보면서 힘을 얻는다"고 했다.

계절 근로자인 3명의 라오스 청년들은 오전 7시에 일과를 시작해 오후 6시까지 11시간을 근무한다. 점심시간 1시간과 오전·오후 각각 30분씩 쉬는 시간을 빼면 9시간을 정규 시간으로 근무하는 것이다. 어린 애호박에 봉지를 씌우는 일부터 모종 관리와 수확 등 농장의 주요 업무를 담당한다. 삼폰씨는 "처음에는 농장 적응이 어려웠지만 이제는 어느정도 일이 익숙해졌고, 동료들과도 잘지낼 정도로 편해졌다"고 말했다. 센씨는 "본국에서 고구마 농사를 한 경험을 살려 농장일을 돕고 있다"며 "작은 일부터 차근차근 배워나갈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했다.

계절 근로자들은 지자체와 라오스 정부, 에이전트를 통해 한국으로 건너온다. 계절 근로자 모집 공고를 확인한 농장주가 재고용 의사를 밝히면 지자체가 같은 농장에 배정하는 구조다. 농장주와 계절근로자 간의 끈끈한 관계가 장기 계약의 열쇠로 작용하는 것이다. 파일락 씨는 "사장님이 착하고 믿음직해서 다시 한국에 왔다"며 "열심히 일한 만큼 돈을 벌 수 있어 내년에 또 오고 싶다"고 했다.이들은 영주권을 얻어 한국에 정착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삼폰 씨는 "한국에서의 생활이 만족스럽다"며"언어 공부를 열심히 해 오랜기간 머물고 싶다"고 말했다. 오주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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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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