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물려줄 수 있는 최고 재산은 함께 봉사활동을 한 추억”](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503/news-p.v1.20250324.81594b4227f248f99d931aee2e20ca8e_P1.jpg)
지난 22일 대구 동구 서호동 자투리땅 정원에 꽃을 심고 공연주씨가 딸 윤유주·서진양(왼쪽부터)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점순 시민기자
봄이지만 날씨는 여름인 지난 22일. 대구 동구 서호동에선 자투리땅 정원 만들기 작업이 한창이다. 식물 식재를 위한 돌멩이 골라내기, 땅 고르기, 마른 꽃줄기 제거 등 봉사자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이날 유난히 눈에 띄는 봉사자가 있다. 공연주(40·대구 동구)씨와 첫째 딸 윤서진(불로초 6), 둘째 딸 윤유주(불로초 2)양이다.
화창한 토요일 가족 나들이를 하거나 한창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싶어할 나이지만, 수은주가 20도를 웃도는 날씨에도 서진·유주양은 구슬땀을 흘린다.
공씨가 대구민들레봉사단 가족봉사팀으로 봉사를 시작한 지는 올해로 6년째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웃을 사랑하고 함께 살아가는 삶에서 내가 아닌 우리를 알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실천을 하려니 어떻게 하는지 방법도 모르고 막연했다. 그러던 중 우연하게 기회가 왔다. 2020년 1월 어느 날 8살, 4살 된 두 딸을 승용차에 태우고 맨 처음 참여한 봉사가 독거가정 물품 배달 지원이었다. 작은 물품이지만 반갑게 받아주고 연신 고맙다고 인사하는 어르신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엄마를 따라다니는 정도였지만 횟수가 거듭할수록 자연스레 흥미를 갖고 동참하고 있다. 밑반찬 만들기, 오감만족 블록 놀이, 연탄배달, 벽화, 어르신 말동무 등 다양한 분야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공씨는 자원봉사를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고, 돕고 나누는 것에 대해 생각이 같은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 자원봉사의 의미도 느끼고 실천을 통해 얻은 경험과 감정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다고 했다. 공씨는 두 딸이 주변의 어려운 이웃이나 사회 취약계층에 관심을 갖고 사회적 책임감을 기르길 바란다.
단순한 봉사활동을 넘어 가족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지역사회와 가깝게 소통하는 기회도 제공된다. 공씨와 두 딸이 봉사를 하는 날은 가족 간의 대화가 많아진다. 자매는 봉사에 참여하지 않은 아빠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재미있거나 특별한 체험, 궁금했던 일 등으로 그날은 이야기꽃을 피운다. 아빠는 아이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긍정적으로 응원해준다.
서진양은 새로운 달이 시작되면 봉사하는 날짜를 미리 표시해 학업에 지장이 없도록 한다. 종종 친구를 데리고 와 봉사를 권유하기도 한다.
유주양은 “엄마, 언니랑 함께 꽃밭도 가꾸고 할머니랑 블록놀이도 하면 재미있다. 벽화를 그릴 때도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공씨는 “누군가를 돕고 나면 내가 더 행복해지는 자존감 상승은 물론 '헬퍼스하이(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현상을 일컫는 용어)'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며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재산은 함께 봉사활동을 한 아름다운 추억이 아닐까라는 조심스런 생각을 한다"며 수줍게 웃었다.
글·사진=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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