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보다 연기”…경북 산불에 질식사 속출, 생존 요령 절실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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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3-26 17:22  |  수정 2025-03-26 17:31  |  발행일 2025-03-26
사망자 다수, 불길 아닌 연기 흡입으로 질식사…“KF94 마스크 필수”
젖은 수건 하나가 생명 지켜…현장서 확인된 대응 효과
“불길보다 연기”…경북 산불에 질식사 속출, 생존 요령 절실

산림청이 제작한 '산불 국민행동요령' 포스터. 산불 발생 전·후 및 대피 상황별로 국민들이 반드시 숙지해야 할 행동 요령을 그림과 함께 안내하고 있다.

경북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대형 산불이 잇따르면서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사망자 다수가 불길이 아닌 연기 질식으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신속한 대피와 행동 요령 숙지가 중요해졌다.

26일 행정안전부와 산림청 등에 따르면 이번 산불사태에선 사망자 대부분이 불길보다 연기에 의한 질식으로 목숨을 잃었다. 산불 연기 속엔 일산화탄소, 초미세먼지, 포름알데히드, 아크롤레인 등 치명적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연기에 단시간 노출돼도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이들 물질은 산소 운반을 방해하고 폐 깊숙이 침투해 호흡곤란과 의식 저하를 초래한다.

생존을 가르는 첫 번째 조건은 '호흡기 보호'다. 불길이 도달하기 전 연기가 먼저 밀려오기에 물을 적신 수건이나 면, 천으로 입과 코를 가리는 게 중요하다. KF94 또는 N95 마스크가 있다면 즉시 착용해야 한다. 얕고 천천히 호흡해야 유해물질의 흡수를 최소화할 수 있다.

대피할 때는 '낮고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연기는 위로 떠오르기 때문에 몸을 낮추고 기어서 이동하는 게 안전하다. 시야 확보가 어려우면 손전등이나 휴대전화 플래시를 활용하고, 벽을 따라 이동하면 방향 감각을 유지할 수 있다. 연기 농도가 옅은 쪽으로 경로를 선택해 빨리 움직이고, 진입로가 막혔다면 즉시 다른 길로 우회해야 한다.

차량으로 대피할 때는 출발 전 연료 상태를 확인하고, 차량 내 공기 순환을 외부 유입 차단 모드로 설정해야 한다. 시야가 흐릴 경우 비상등을 켜고 서행하며, 앞차와의 거리도 넉넉히 유지해야 한다. 차량이 화염에 휩싸일 우려가 있을 땐 즉시 하차해 안전한 장소로 피해야 한다.

대구 달성군 한 민간자동차검사소 부장(57)은 “산불발생 때 이동할 경우, 가급적 자동차 운전은 안하는 게 좋다"면서도 “차량 이동이 불가피하면 방어적으로 운전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대피가 불가능하면 수영장이나 연못, 호수 등 물이 있는 공간을 찾아야 한다. 실내에 있을 경우엔 문과 창문을 닫고 젖은 수건 등으로 틈을 막아 외부 연기 유입을 차단해야 한다. 바닥에 엎드려 젖은 천으로 입과 코를 덮고, 물에 적신 담요를 몸에 두르면 체내 산소 소비를 줄일 수 있다.

연기에 노출된 뒤 호흡 곤란, 기침, 두통, 어지럼증이 있는 환자가 발행하면 즉시 신선한 공기가 있는 곳으로 옮기고, 기도가 막히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필요시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야 한다.

의성의 한 마을 주민은 산불 당시 집안 수건을 물에 적셔 얼굴을 감싸고 낮은 자세로 대피해 생존했다. 그는 “숨이 턱턱 막혔지만, 젖은 수건이 어느 정도 숨을 쉴 수 있게 해줬다"며 “가까스로 임시대피소까지 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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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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