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 새벽 경남 산청군 일대에 발생한 산불 진화 현장에 투입된 대구지역 소방관들은 민가 방어를 위한 경계 근무 등 임무를 수행했다. 대구 북부소방서 제공
“소방헬기에 물을 담아 진화하는 게 가장 적극적인 대응입니다. 이렇게 해서도 꺼지지 않으면 사실상 인력으로 산불을 잡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대구 북부소방서 소속 이모(30) 소방사는 지난 23일 새벽 0시30분쯤 경남 산청군 신안면 외곡리로 급히 출동했다. 산청 일대를 뒤덮은 산불로 인해 국가 소방력 동원령이 선포됐고, 대구에서도 이 소방사를 포함해 십여명이 지원을 나갔다. 지금도 경북 및 경남 산불 현장으로 대구 소방대원들이 교대로 출동 중이다.
이 소방사는 “새벽 2시30분쯤 도착해 오전 11시30분까지, 9시간 가량 활동했다. 한밤 중에 도착했기 때문에 산에서 민가로 내려오는 불길을 저지하기 위한 경계 근무에 투입됐다"며 “다른 구역에선 산림청의 산불진화차에 용수를 공급하는 역할이나 화재 예방 차원에서 주수하는 활동 등을 진행한 것으로 들었다. 일부 구역에선 민가까지 불이 많이 내려와 평상시 화재를 진압할 때처럼 호스를 연결해 불을 아예 끄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산불이 나면 소방대원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고 했다. 주요 장비를 산림청에서 운용하는 탓에 이를 보조하는 차원에 불과하다는 것. 특히 소방본부가 활용하는 소방차들은 규모가 커 지형이 좁고 험한 산을 오르내리는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위급한 경우 소방대원들이 직접 등짐을 들고 올라가 물을 뿌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지금처럼 큰 불이 나면 다시 물을 채우러 하산한 사이 더 넓게 불이 번질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 때문에 직접 불을 끄러 산을 오르기보단 인명피해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민가 보호에 치중해야 하는 입장도 전했다.
그는 “산불 진화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바람이다. 이번에도 건조한 대기 상태에 온 사방이 탈 것으로 가득한데, 강풍에 불티가 날려 저 멀리서 다시 불이 붙는 경우가 많았다. 불을 껐는데 되살아나는 일도 흔하다. 갑자기 맞바람이 불어 돌풍이 일면 진화대원이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했다.
그는 “산불을 인지하면 무엇보다 빨리 대피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불이 사방으로 번지기 때문에 '골든타임'을 지켜야 한다는 것. 그러면서 “비가 내리기 전까진 언제, 어디에서 또 다른 산불이 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국민 모두가 예방에 동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다시 한 번 예방과 조기진화의 중요성을 상기하게 된다"며 “날씨가 확 풀리면서 이번 주말이 다소 걱정된다. 비가 내리면 다행인데, 대체로 매우 건조한 상태이기 때문에 수많은 인파가 산을 오가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또 불이 날 수 있다. 재난 상황에 놓인 경북민들 외에도 모든 국민들이 자신과 관계없는 일이라 생각지 말고 평소보다 더 조심하길 당부드린다"고 했다.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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