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재훈 달성군수

27일 낮, 대구 달성군 함박산에서 재발화된 산불 현장에서 공무원 등이 잔불 제거 및 확산 방지를 위한 정밀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달성군 제공>
“초기 대응이 모든 걸 갈랐습니다. 군수님이 직접 현장에 올라오셨고, 밤새 진화선 구축에 총력을 다했습니다."
3월 26일 오후 7시 30분쯤, 대구 달성군 화원읍과 옥포읍 경계에 위치한 함박산(해발 432.5m) 8부 능선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불길은 초속 6~8m 강풍을 타고 번질 조짐을 보였지만, 다음날 오전 8시 주불(主火) 진화가 완료됐다.
이틀째인 27일 오후 현재는 잔불 정리에 들어간 상태다.
이번 산불의 진화는 누가 뭐래도 '속도'가 승부를 갈랐다.
산불이 발생한 지 10분 만에 신고가 접수됐고, 오후 7시 48분에는 산림청 진화대가 현장에 도착했다.
이어 오후 8시 39분, 최 군수의 특별 지시로 군청 전 직원에 대한 비상 소집이 떨어졌다.
무려 647명의 군청 직원이 모였다.
불길이 번질 기미를 보이자 오후 9시 24분에는 명곡리 주민 29명이 선제적으로 대피했다.
군청 실·국장, 읍·면장들은 물론, 최재훈 달성군수와 서도원 달성군의회 의원(전반기 의장)까지 진화복을 입고 직접 현장에 투입됐다.
헬기 투입이 불가능한 야간.
모두가 헤드랜턴을 켜고 진화선 구축에 나섰다.
한 명씩 교대하며 산을 오르내리는 반복된 작업.
군청 직원들의 얼굴엔 피로가 가득했지만 누구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튿날 새벽 6시 20분, 일출과 동시에 산림청 헬기 5대가 투입되자 상황은 급반전됐다.
오전 8시, 주불 진화가 공식 선언됐다.
화마와 사투를 벌인 지 약 13시간 만이다.
27일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는 달성군 직원 372명이 다시 투입돼 잔불을 정리했다.
오후에는 읍·면 직원과 산불진화대 40명이 현장을 지켰다.
지금도 소수 인력이 교대로 뒷불 감시에 나서고 있다.
이번 진화 과정은 '관계기관 협력'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달성군뿐 아니라 대구시, 소방본부, 군부대, 경찰 등 유관기관이 긴밀히 움직였다.
김정기 대구시 행정부시장은 현장에 설치된 통합지휘본부에서 직접 진두지휘에 나섰다.
산림 약 8ha가 소실됐지만, 인명 피해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최 군수는 “이번 진화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었던 건 사전에 철저히 준비된 덕분"이라며 “불과 일주일 전, 대구시와 함께 진행한 산불 진화 훈련이 실전에서 큰 힘을 발휘했다"고 했다.
이어 최 군수는 “이제는 산불 예방이 관건이다. 봄철에는 사소한 불씨 하나가 큰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논밭 소각이나 화기 소지를 절대 삼가달라"고 당부했다.
달성군은 이번 산불을 계기로 주요 산림 지역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주민 대상 산불 예방 교육 및 홍보를 확대할 계획이다.
훈련과 대응, 그리고 현장 경험이 총동원된 진화 작업. 무엇보다도 '책상 위가 아닌 산 아래'에서 뛰어든 최재훈 군수의 판단이 이번 함박산 산불의 최대 분기점이었다.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