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달성 함박산 8부능선 산불, 군수까지 나서 12시간만에 진화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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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3-28 08:22  |  발행일 2025-03-28
산림 8㏊ 소실, 인명피해 없어
대구시 등 관계기관 협력 빛나
한밤 달성 함박산 8부능선 산불, 군수까지 나서 12시간만에 진화

27일 낮, 대구 달성군 함박산에서 재발화된 산불 현장에서 공무원 등이 잔불 제거 및 확산 방지를 위한 정밀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달성군 제공>

“초기 대응이 모든 걸 갈랐습니다. 군수가 직접 현장에 뛰어올라갔고, 밤새 진화선 구축에 총력을 다했습니다."

지난 26일 오후 7시 29분쯤, 대구 달성군 화원읍과 옥포읍 경계에 위치한 함박산(해발 432m) 8부 능선에서 산불이 났다.

당시 불길은 초속 6~8m 강풍을 타 확산우려가 컸다. 위기감이 엄습했다.

이에 헬기가 뜨지 못하는 밤에 달성군청 직원 수백명이 산불현장에 올라갔다. 밤새 눈물겨운 진화노력끝에 주불(主火)은 다음날 오전 8시쯤 진화됐다. 산불이 발생한지 12시간만이다.

한밤 달성 함박산 8부능선 산불, 군수까지 나서 12시간만에 진화

최재훈 달성군수

이번 산불의 진화는 누가 뭐래도 '속도'가 승부를 갈랐다.

산불 발생 10분 만에 신고가 접수됐고, 오후 7시 48분에는 산림청 진화대가 현장에 도착했다.

이어 오후 8시 39분, 최재훈 달성군수의 특별 지시로 군청 전 직원에 대한 비상 소집이 떨어졌다.

불길이 번질 기미를 보이자 오후 9시 24분엔 명곡리 주민 29명이 선제적으로 대피했다.

군청 실·국장, 읍·면장들은 물론, 최 군수까지 직접 현장에 투입됐다.

헬기 투입이 불가능한 야간에 시야가 확보되지 않자 이들 모두는 헤드랜턴을 켜고 진화선 구축에 나섰다. 곡괭이와 갈고리로 땅을 파고, 불이 붙을 만한 낙엽을 아래지역으로 끌어내렸다.

이 작업은 교대하며 쉴새없이 반복됐다.

산을 수차례 오르내리던 군청 직원들의 얼굴엔 피로가 가득했다. 하지만 누구도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이번 진화 과정은 '관계기관 협력'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달성군뿐 아니라 대구시, 소방본부, 군부대, 경찰 등 유관기관이 긴밀히 움직였다. 산림 약 8ha가 소실됐지만, 인명 피해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최 군수는 “진화작업이 신속히 이뤄진 건 사전에 철저히 준비한 덕분"이라며 “불과 일주일 전, 대구시와 함께 진행한 산불 진화 훈련이 실전에서 큰 힘을 발휘했다"고 했다.

한편 함박산 산불 발생 지점과 발생 시간대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해당 지점은 일반 등산객들이 잘 접근하지 않는 외곽부다. 등산로도 없고 평소 인적이 드문 곳이다. 특히 야간엔 시야 확보가 어렵고, 접근 자체가 쉽지 않아 인위적인 불씨 유입 가능성이 낮았다. 자칫 산불원인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사례로 남을 공산이 있다.

산불은 통상 봄철이나 건조한 날씨에 등산객의 부주의로 인해 낮 시간대, 주로 등산로 인근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 소방 및 산림당국은 단순 실화 외에도 고의 또는 간접적 인위 개입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조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전국적으로 드물게 발생한 '야간 비등산로 산불' 유형이라는 점에서 원인 분석 결과에 따라 유사 사례에 대한 대응 체계 전반을 재검토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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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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